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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12. 2021

30대가 되고 깨달은 점

부채의식,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나

115번째 에피소드이다.


엊그제, 유명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가까운 후배가 술 먹고 전화가 왔다. "OO야. 왠일이야? 술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라는 내 물음에 혀가 거의 꼬부라져 "형.!! 형.!!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오늘 왠지 혼자 술 먹고 싶어서 술먹고 들어가다가 형이 갑자기 생각나서..."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함께 사회활동을 하다가 전문직 공부로 방향을 틀어 6개월만에 회계사 합격을 한 녀석이다. 남부럽지않은 연봉은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스트레스와 업무강도를 짐작케했다. "저.. 오늘 공무원이랑 정말 한바탕했어요. 정말 한동안 싸우고 자리에 앉았는데 제 존재가 무언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잔했어요. 그리고 형이 보고 싶어서."란 소리에 "미친...ㅎㅎ"이란 소리로 응수한다. "형..! 하나만 약속해요. 우리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누구는 돈이 좀 많고, 누구는 돈이 좀 없을 수 있지만, 술 한잔하자고 하면 빼지 않고 나오기로 해요. 알겠죠? 약속해요.!! 내가 봐온 형은 절대 그런 사람 아니란 거 알아요. 약속해요.!! 약속해요.!!" 녀석의 부치김에 "그래~ 알겠다. 너 돈 좀 번다고 나 무시하냐? 걱정말고 너나 나오기나 해."하면서 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카카오톡으로 술에 깨는 숙취음료 기프티콘을 하나 보냈다. 아마, 다음날 아침에 '이게 뭐지?'하면서 내게 연락이 올꺼다.


20대중반까지는 내가 잘나서 성공한 사회활동가가 된 줄 알았다.

인상좋은 외모, 화려한 언변, 그리고 사업기획능력과 뚝심있는 추진능력.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활동가로서 발빠르게 자리잡아 나갔다. 각종 수상, 그리고 언론인터뷰, 방송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내가 잘나서 잘된 줄 알아서인지, 소위 좀 싸가지가 없었다. 20대 후반이 되니 정말 하나 크게 느낀 것이 있다. 단체리더를 빛내기 위해 수많은 동료들이 뒤에서 묵묵히 서있었다는 사실을.. 창업동지들이 내또래, 그리고 내후배들이었다. 내가 20대중반이었으니, 그들은 20대초반이었다. 돈 없어도 그리고 별 욕심없이도 살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내가 까맣게 몰랐다. 20대후반이 되었다. 그들도 20대 중,후반이 되었고 생계, 그리고 심각한 진로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들 중 잘된 이도 무척 많았다. 하지만, 잘 안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온 이도 있었다. 빚으로 도망다니고 있다는 녀석의 사연을 접하고... 그날 밤 혼자 집에서 펑펑 울었다. 물론 그 자체의 사실은 나와 큰 상관은 없었지만 내 마음 속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생각 '그 녀석이.. 나를 그 시기에 만나서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 이후 내게 자리잡은 '부채의식'이 있다. 내가 주연일 때가 많다. 하지만, 주연을 빛내기 위해 수많은 조연들이 뒤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게 항상 어느 행사에서 이 멘트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숨은 주인공들이 드러날 수 있는 자리가...'


30대 이후에 정말 이 '부채의식'을 덜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와 함께 고생했던 동지, 동료들이 날 위해 갈려나가는 것이 아닌.. 동반성장할 수 있는.! 내가 서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그들에게 돌려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20대중반 그 순간을 기억하는 나, 그리고 30대초반을 그 순간을 기억하는 나에 대한 동료들이 평가를 상당히 다르다. 겸손해졌다는 소리, 그리고 동료애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청난 성과주의자에서, 이타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개인주의자로 변모한 편이다.


  "OO야. 그래 서울에서 술 한잔 하자! 옛 추억을 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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