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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19. 2021

만난 분들, 연락처 정리방법

너무 "정" 없이 보이나?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나만의 습관 

118번째 에피소드이다.


우선 나는 MBTI가 ENTJ이다. 항상 그랬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주의가 강하다. 이 부분은 항상 밝혀왔다. 그런 성격이 복합적으로 섞여서인지 나만의 연락처 정리방법을 주변에 말하면 놀라서 까무러친다. 우선 나는 '리멤버'와 유사한 명함정리 앱을 절대 쓰지 않고 모두 아날로그로 저장한다. 그런 유형의 앱을 단 하루 써봤는데 일단 다음에 봐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너무나 편리하게 사람을 핸드폰에만 저장시키려는 특성으로 '사진=저장'이란 방식의 치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날로그로 하나하나 다 입력한다. 그러면 얼추 기억에 더 남는다. 또 한가지는 무조건 그 당일날 문자를 다 보내는 편이다. 크게 두가지 이유때문인데 그날 모임, 행사가 있었는데 다음날이 되면 다 까먹는다. 무조건 '하루' 안에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금 말하는 이유가 더 중요한데, 상대편이 내 연락처를 더 쉽게 저장할 수 있는 형태를 전송하는 것이다. 상대편도 마찬가지로 내 명함을 받으면 나를 저장하려고 할텐데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면 '연락처 추가'를 바로 할 수 있고 이름과 소속, 모임 등에서 나눴던 이야기 등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내기에 저장하기에 더 수월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부지런함이라고 하자.!

어느 순간부터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모든 이를 이름(소속, 직책-기타특이사항(최소2가지+첫인상))로 기록해두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모두가 그날 당일에 이루어지며, 심지어 술을 좀 많이 먹어 정신이 몽롱해도 이건 반드시 해내고 머리가 아파서 뻗어버리는 날이 여러번 있었다. 그날을 지나면 무조건 잊어버린다는 확신과도 같은 신념 때문이다. 이런 체계적인 연락처로 정리를 하다보니.. 너무 극단적으로 나가버려 우리 가족들도 위와 같은 형태로 정리한 적이 있었다. OOO(가족, 아버지-기타특이사항).. 어느날 내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를 친한 친구가 보더니 "정신 차려!"라고 꾸짖어주어 가족은 평범하게 다시 저장해놓았지만 아무튼 특이하다.


추석, 설날, 새해, 크리스마스 등에는 아날로그로 정말 다 안부 문자(또는 카톡)을 보내는 편이다. 일정 부분 통일된 문구를 이름을 다 바꿔서 보내는데... 이게 성격이 특이한지 며칠이 걸려도 다 보낸다. 복사붙여넣기란 것을 모두가 알겠지만 OO란 이름을 순간 기입하면서 다시 한번 이름을 외우고 까먹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는 이유 중에서 나름 전략적인 부분도 있는데 일년을 보내다보면.. 꼭 나랑 트러블이 있어서 연락이 소원해지는 몇몇이 있다. 연휴 등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기에, 평소에는 나와 껄끄런 일로 말도 안했지만 그날만큼은 다를 수 있다. "툭!" 이렇게 옆에서 찌르는 것이다. 그러면 열에 일곱은 반응이 온다. "너도~ 잘보내"라는 답장이 오자마자 나와 있었던 트러블에 대한 사과를 넌지시 툭한다. 그러다가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읽씹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몇차례 동일하면 나도 그와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다.


나에겐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이름(소속, 직책)으로 저장되어있는데 몇몇은 직책이 '측근'이다. 내게 측근은 3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먼저 나랑 같이 일을 했어야 한다. 그 다음은 그 일이 순탄치 않고 사선을 같이 넘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나랑 대판 욕하면서 싸우고 최소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면서 단 7명이다. 이들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무조건 달려가고 도와준다. 추석, 설날 등 연휴에는 이들에겐 맨 마지막에 문자를 보내는데.. 엄청난 장문의 문자를 보낸다. 평소 그들과 대화하며 들었던 걱정거리, 소식 등의 안부를 묻는데 아마 받아본 사람은 알꺼지만 내 진심이 들어가있다. 그만큼 그들에게 만큼은 '사무적'이지 않다. 그들은 내 '측근'이자 '동지'들이다. 이들은 고향친구들과는 다르다. 고향친구들은 정서적 안정이지만, 측근들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동반자들이다. 마지막 선결조건이었던 '반드시 나랑 대판 욕하면서 싸우고 최소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야 한다.'는 건 절대 빈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잘 나갈때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다 맞다고 해주는 수동형 동료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내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그들은 모두 날 떠난다. 이건 장담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유형을 내 '측근'으로 절대 부르지 않는다. 고분고분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매력이다. Really 나랑 전화로 욕하면서 싸우고 일을 잘 마무리짓고 지내는 측근들에게 내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연락한다. "How? In situation" 고분고분한 성격들이 아니기에 이런저런 견해들이 온다. 취합하고 검토하고 고민하고 결정 내리는 편이다.


어찌보면, 부모님보다도 내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몇년 전 연휴에 몸이 아파서 '측근'들에게 문자를 늦게 보낸 적이 있다. 그때 한 녀석이 먼저 연락이 와서 "아... 나 이번에 측근에서 탈락한거야? 섭섭한데" 이래서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 수많은 이들과 일하고 때론 웃고 때론 웃으며 관계를 맺어나갈 것이다. 그때마다 그 순간을 기록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나와 인연을 맺는 그들의 이름, 상황, 발언, 느낌 등을 기억해나갈 것이다. 그때마다 '측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나아갈 내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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