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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15. 2021

이스포츠에 대한 단상

최근 부끄러웠던 순간, 그리고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

129번째 에피소드이다.


이스포츠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프로게이머, 감독, 코치 등이 대중적으로 언급되는 직업군이겠으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파생된 직업들이 분포해있다. 남윤성, 윤아름 작가가 발간한 e스포츠 직업 설명서 는 근래 내가 본 이스포츠 관련 도서 중 직업군을 잘 분류해놓았다. 총 21개군으로 정리된 이 책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 책을 들어 부모님께 보이라, 그리고 당당하게 e스포츠를 즐기라!" 너무나 발칙하다. 그래서 너무 좋다. 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직업군을 분류해보자면 다음와 같다. 멘탈코치, 매니저, 게임단 마케터, 리그 기획자,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 리그PD, 방송작가, 게임 캐스터, 아나운서, 옵저버, 해설위원, 전문기자, 콘텐츠 디자이너, 스트리머, e스포츠 아카데미 강사가 있다. 에이징커브가 이스포츠에서는 공공연히 당연스레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팀 닥터 등 의료계와 연계된 직업 등도 앞으로 전도유망하다. 그렇기에 이스포츠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시장가치는 더욱더 '생업'과 '진로'와 맞닿아져가고 있다.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구조는 갖추고 있다.


최근 부끄러웠던 순간이 있다.

함께 일을 하는 동료에게 농담삼아 던진 말인데 내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일을 끝나고 집에 가면 무얼 하냐고 물었다. 동료가 "쉬다가 밤10시부터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내가 농담삼아 "아~ 본인을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은 질문에 동료는 너무나 진지하고 간결하게 "네!"라고 말했다. 순간 내가 더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재빠르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날 밤 혼자서 생각해보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우선 그 동료는 이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기 전부터 대학교 이스포츠 동아리회장을 역임하였고 꾸준히 대회를 출전하면서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졸업 이후에 '생업'과 '진로'란 문제에서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본연의 모습인 '프로게이머'로 돌아가는 듯 했다. 즉, '재미'와 '생업' 그리고 '진로'를 모두 챙긴 이상적인 동료였다. 그 이후로 나보다 여덟살 어린 동료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이스포츠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과정을 열면서 수강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은 이스포츠 분야로 '생업'과 '진로'를 찾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고 있다. 게임 종목의 분석, 타 아카데미 수강경력, 그리고 협회 심판 교육과정, 옵저버 아르바이트로 현장감 습득을 하면서 이스포츠를 성장시키고 키워나갈 인재가 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좀 더 이스포츠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를 가졌다. 

'직업정신' 그것보다 더 이것을 함축시킬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이스포츠에서 맘껏 뛰어볼 수 있는 기회는 마련되었다. 내 마음가짐만 남았을 뿐이다. 어찌보면 나는 항상 언더독이었다. 언더독을 주류사회로 편입시키는데 일조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언더독 사이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이번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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