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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18. 2021

주4일제, 수요일(wednesday)잡기

이상(Strange)을 가장한 이상(Ideal)

130번째 에피소드이다.


주4일제는 '이상(Strange)을 가장한 이상(Ideal)'이다. 전반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집약적인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투쟁과 쟁취'의 역사 속에서 노동법을 제정하고 개정해왔다. 노동권과 인권을 지키려 노동운동을 한 세대를 나는 존중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진다. 내가 기득권층이 될 수 있는 엘리트 계층(대학생)이었다면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자신을 내던지면서 실현시키고자 했던 그 이상(Ideal)은 바로 '용기'다. 그 용기가 부럽다. 하지만 이젠 '노동'의 관점을 새롭게 접근해야한다. 이미 기업은 다국적 기업화되었고 세제 혜택을 주는 국가로 본사를 옮길 기회만 포착하고 있다. 미국에서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유치'는 국가의 필수전략과제가 된지 오래다. 노동권과 기업생존권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과제다.


어린시절 주5일제가 시행되었고 시범단계로 '놀토'가 생겼다. 격주 토요일은 쉬는 날로 정했고 꼬마였던 난 학교를 안 가는 것이 '놀토'라고 생각했다. 학교를 안가는 것이 아니라, 교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쉬기 때문에 학교를 운영할 수가 없어 '학생'인 우리가 쉬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매번 헛갈리는 것이 5주가 있는 달이었다. 학교 가고, 안 가고, 가고, 안 가고, 가고.. 그 다음날 첫달은? 순서가 꼬이는건가. '놀토'가 아닌 줄 알고 학교를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경험을 가진 이도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한번 그런 적이 있다.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주5일제가 희한한 개념이었다. 뉴스에서는 기업들은 주5일제를 할 경우 회사경영이 상당히 힘들어진다를 연발했고 학자들은 외국사례로 주5일제 도입 찬성 vs 반대 토론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시대는 그렇게 흘렀고 이제 나보다 훨씬 어린 MZ세대들은 주5일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고 주4일제가 새로운 아젠다로 슬금슬금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주4일제를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흥미롭다.


나는 '수요일(wednesday)잡기'가 핵심이라는 도발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싶다.

보통 주4일제는 금,토,일은 연달아 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기업입장에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사회경험이 있는 회사원들도 업무처리에서 불가능하다고 대번에 말할 것이다. 3일의 공백은 생각보다 커서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실제로 운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제도를 위한 제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치않게 수요일(wednesday)을 쉬어본 적이 있다. 난 생각보다 상당히 쾌적한 일주일을 보냈다. 사람은 참.. 우습게도 가까운 미래에 좀 더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다. 금요일은 현재 일을 하고 있어 힘들지만 토,일을 쉰다는 기대감으로 행복하고, 일요일은 현재 쉬고 있지만 월요일에 출근한다는 느낌으로 우울하다. 수요일(wednesday)을 쉬게 된다면 "월,화" 이틀을 일하고 수요일(wednesday) 쉬고 "목,금"을 일하고 "토,일"을 쉬면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힘든 업무를 처리하는 자세가 달라질 여지가 있고 업종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사무직'에 한하여 화요일날 업무메일을 정리해서 보내놓고 한텀을 생각하며 목요일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금,토,일을 연달아 쉬면서 생기는 업무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은 주4일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을 조금 더 설득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다만, 주4일제는 장밋빛 미래만을 말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생산성 유지'가 필수적인 목표이기에 주4일제의 시행은 "5일동안 할 수 있는 업무를 4일만에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타협'해야 하는 면이 충분히 존재한다. 집중근무시간이라고 최근 회사에서 도입되는 개념이 있다. 이 시간만큼은 화장실 가는 것도 자제하고, 커피 마시는 것, 그리고 회사인트라넷을 제외하고 타 사이트는 일시적 접속제한이 되어 "일(Work)"에만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래야 '생산성 유지'를 할 수 있어 제품과 서비스가 제 시간에 나오고 판매 행위를 통해서 근로자들의 월급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가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분명 '자유'를 억압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러면 주6일제를 하시거나 '야근'을 하시면 된다.


나는 균형감각을 정말 중시하는 사람이다. 주4일제는 금,토,일의 방식으로는 절대적 타협선을 이룰 수 없다. 수요일(wednesday)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또한 근로자들도 '생산성 유지'를 위해 일부 '자유'를 업무시간만큼은 반납해야 한다. 다른 표현으로 바꾸자면, 일 속에서 '재미'를 찾거나 또는 그게 쉽지 않다면 3일의 '자유'를 위해 3시간의 '집중'과 교환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실리적 마인드 갖추기다. 이런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논의 속에서 '주4일제'는 실현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 나도 주4일제 매우 찬성한다.


쉬면서 문득 하는 생각이 '창의'와 '창발'을 키운다. 일을 초집중하면서 하는 생각이 '혁신'과 '효율'을 키운다. 우린 그 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 시대의 진보에 한걸음 더 분명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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