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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31. 2021

아듀! 2021년, 그리고 실패자산

실패가 아닌 실패자산으로 인식하는 대한민국 사회 만들기

134번째 에피소드이다.


이제 1시간 뒤 '제야의 종'과 함께 2022년이 시작된다. 2021년 대한민국 사회는 코로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백신보급과 함께 시작된 '위드코로나' 분위기는 변종바이러스 등과 함께 그 위세를 꺾지 못하고 다시금 영업시간제한으로 자영업의 위기, 고용시장 위축으로 청년실업 증대로 이어졌다. 이 기나긴 터널을 뚫고 대한민국 사회는 2022년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나 역시 2021년은 개인적으로 매우 실패자산을 쌓았다. 하지만 내가 평소 보여준 신뢰와 업무능력에서 좋은 평판으로 보란듯이 다시 재기하였다. 앞서 말했듯이 실패자산이란 말이 누구보다 절실하게 다가온 한해였다. 좀 더 단단해졌다는 말을 꽤 들었다.


몇해 전, 대구 청년행사 중 '실패자산' 관련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적이 있다. 목소리가 중저음이고 언변과 제스처가 또래에 비해선 좋은 편이라 곧 잘 청년행사 사회를 맡곤 했다. 피자헛을 한국에 처음 들여온 성신제피자의 성신제 대표, 싸이월드 이동형 전 대표가 메인 스피커였고 나는 서브로 청년들의 질문을 모아 스피커들에게 전달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았다. 사실 그날 사회를 보면서 '실패자산'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지 못했다. 그저 하나의 컨셉과 트렌드겠거니 하는 순간적 생각과 함께 지나쳐갔다. 그 실패자산이 내게 누구보다 절실하게 다가온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성공가도가 더 익숙했던 내게 실패자산이 갑작스레 다가온 것이다. 부정하고 싶었고 하지만 현실이었고 내 스스로도 인정했고 좌절도 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잡초같이 살아온 사람이다. 아니, 좀 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바퀴벌레와도 같은 생명력으로 내 앞에 직면한 어려움들을 하나씩 극복하고 해결하며 살아왔다. 어느 순간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나인데?' 그거 한마디로 결론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인내자본'이란 단어가 존재한다. 창업가들이 초기 창업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스스로 조성한 펀드개념이다. 소위, 버티기다. 버티다보면 다시금 성공의 기회를 찾고 그걸 잡는다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버티기는 자칫 누군가에게는 '실패'로 보일 수 있으며 그렇게 인식하는 순간 자존감은 결여된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순간적 실패는 실패가 아니고 '자산화'를 시킬 수 있는 분명한 유형이다. 이와 같은 형태는 사회적경제에서도 존재한다. 캐나다 주정부는 다양한 주체의 연대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한다는 명목 아래, 1996년 사회적경제의 굿거버넌스인 샹띠에를 설립하였다. 샹띠에는 RISQ와 피두시를 설립하여 사회적 금융을 활성화하고자 하였고 특히 피두시는 사회적 기업이 자금이 필요할때 일반적으로 단기대출이나 벤처캐피탈을 통해 자금을 충당해왔으나 10%~15%의 높은 이자율과 짧은 상환기간으로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할 인내자본의 필요성으로 설립되었다. 이로써 캐나다의 사회적기업들은 사회문제와 기업비즈니스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버티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실패를 성공과 성장으로 교환하는 발판이 된다. 이는 앞선 사례와 동일하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까진 '실패'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 본연적으로 가지는 두려움과 공존하는 결과물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취업전선, 그리고 창업, 산업전선에서 부단히 안정적인 방식을 찾지만 '혁신'을 목말라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상당한 모순이다. 코로나시대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장해야 할 것은 크게 두가지다. '신뢰자본 회복'과 '실패자산 인정'으로 요약된다. 실패가 아닌 실패자산으로 인정하고 축적해가는 대한민국 사회 분위기가 정립되어간다면 자기소개서에 무언가를 도전했고 결국은 실패했고 그것을 자산화하고 복기해보는 과정에서 어느 지점에서 무언가가 부족했으며 다시 보완할 기회를 이 회사에서 얻고 싶다는 사례가 입에 발린 아부성 '자소설' 속에 교묘히 녹아있지 않고 좀 더 날(raw) 것으로 냉철한 자기객관화로 써있지 않을까?


실수와 실패는 누구나 한다. 

그것을 자산화시키고 그 다음을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진짜 일류다. 그 일류의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기 위해선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고 실패자산으로 봐주는 대한민국 사회분위기가 절실하다. 아듀! 2021년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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