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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Feb 18. 2022

그 청년의 쓸쓸한 빈자리

문 열기 전 묵념, 그리고 코를 찌르는 냄새, 빈자리를 채우는 향(香)기

145번째 에피소드이다.


33세의 청년이 고독사했다. 유품정리와 특수청소를 하기 위해 출동한다. 나 역시 동행했다. 나보다 고작 1살 어린 청년의 죽음에 생각이 많아진다. 고인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하얀 작업복과 함께 장갑, 신발, 마스크를 꼼꼼히 챙겨입는다. 그것이 없인 작업을 하기 힘들 정도의 냄새가 올라오기에 단단히 복장을 갖춘다. 고인의 문 앞에서 모두 추모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이제 문을 연다. 마스크 속을 파고드는 냄새가 고인의 마지막 자리를 꽉 메우고 있다. 아무렇지 않을 척 있으려고 해도 그 감정선이 흔들린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유심히 고인이 남기고 간 유품들을 살펴본다. '지극히 평범하다.' 그 평범한 청년은 세상을 등지고 빈자리를 남겼다.


간혹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말이야, 세상을 떠날 때가 온다면 추하게 말고 깔끔하게 죽고 싶어."


세상에 그런 건 없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모두가 추하다. 잠시 잠깐 우리 사회가 그 청년을 놓친 대가는 냄새로, 그리고 서글픔으로, 온통 어질러진 집안 물건들로 나타났다. 그 청년이 누워있던 자리는 그대로 움푹 패여 빈자리를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 코를 찔렀던 냄새는 이미 적응을 해버렸는지 뒤이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온다. 나도 모르게 계속 고개가 숙여진다. 그 찰나의 순간을 버티게 해줄 수 있는 버팀목만 있었다면.. 그 청년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사회보장 시스템에서 반드시 갖추어나가야하는 대목이다.


유품정리는 고인의 습관과 추억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차곡차곡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고인을 알아간다. 고인이 된 그 청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길거리에서 한번즈음 마주쳤을지도 모를만큼 지극히 평범한 고민을 가진 청년.. 학업, 연애, 아르바이트, 취업준비로 그 삶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나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 시대의 청년이다. 하나씩 그 청년의 습관과 추억이 정리되며 향(香)기가 채워진다.


다시금 문 밖으로 나와 하얀 작업복, 장갑, 신발을 벗는다.

능숙한 솜씨로 시범을 보이는 특수청소 선배님은 "현장의 냄새가 온통 작업복, 장갑, 신발에 베여있으니 밖에서 안으로 돌돌 말면서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냄새가 작업복 안 일상복이나 피부에도 베여 상당히 고생을 한다."라고 조언을 해주신다. 작업복을 벗고 그렇게 끈질기게 따라 붙으려는 냄새를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끈질긴 냄새는 그 청년이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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