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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un 22. 2022

로스쿨의 미래, 그리고 나는?

부익부 빈익빈이 점점 심해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62번째 에피소드이다.


생각보다 더 토할 것 같다. 주경야독을 1년 내내 할 수는 없겠다 확신했다. 길어봐야 100일이다. 생업을 누구보다 인정받고 잘하고 싶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생업을 넘어 생존을 위해 내 미래 가치 창출에 승부를 걸고 있다. 새벽 2~3시가 최근 잠에 드는 시간이다. 늦게 자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퇴근하고 꼼꼼히 다음날의 일들을 챙기고 5km 달리를 하고 나면 밤 11시 무렵이다. 그때부터 졸린 눈을 부여잡고 로스쿨 입학을 위한 LEET 공부를 시작한다. 솔직히 말해서 매일 매일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 진짜?'


곱씹다보면 오늘의 공부량을 겨우 해낸다. 논리적 사고력에 흠쩍 빠져들었다가 정신을 깨면 머리가 어지럽다. 솔직히 나는 두렵기도 하다. 벌써 서른넷이다. 남들 앞에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솔직히 무섭다 못해 공포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개인적인 차원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극복한다고 해도, 로스쿨 입학 후 변호사시험을 겨우 해내어 나온 시장업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겹친다. 그래도 내가 스스로 확신하는 것 아래와 같다.


로스쿨의 미래에 관한 논평과 칼럼들은 즐비하다.

"AI가 대체할 것이다. 그러므로 법률시장은 암울하다." 등의 논조가 다수이다. 최근, 로톡이란 기업과 법조계가 많은 마찰이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법률서비스의 장벽이 낮아지며 치열한 시장침투가 이루어진다. 이에 합리적인 대처는 무엇일까? 전반적으로 이 추세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로스쿨을 통해 양성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다수의 법조인 배출은 '시장의 가격곡선'으로 말미암아 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며 이를 거부하는 건 시대 흐름의 역행이다. 다만,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리 쉽게 AI가 법률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단 것이다. 공감(sympathy)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오는 에너지(energy)는 AI가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변호사는 법률적 테크닉 뿐만 아니라 변론하고자 하는 의뢰인의 편에 서서 싸워주는 합법적인 '투사'이다. 의뢰인이 '무죄'라는 판단으로 논리와 증거를 바탕으로 검사, 그리고 판사를 설득시켜나간다. 의뢰인에게 공감(sympathy)하여 쏫아내는 에너지(energy)는 가끔 초인적이라고 표현될만큼 강하며 단순 데이터, 수학적 분석이 아닌 인간 본연의 질서를 찾기 위한, 정의로움을 세우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인류가 평생 쌓아온 발자취가 그리 쉽게 무너질리가 없으며 대체되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복잡해서 '정답'을 정확히 도출하는 것보다, 찾아가는 과정에 그 무게의 중심을 두곤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법률서비스가 대중화되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다.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국민 누구나 법률서비스를 지원받아야 올바른 사회로 가는 것이다. 그에 맞춰서 변호사들은 각자 맡은 바 전문성으로 미시(MECE)하게 타켓 설정을 해야 부를 늘리며 생존할 수 있다. 미시(MECE)라는 표현은 유명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쓰는 표현법인데 타켓을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서로 중복되지 않으면서 각각의 합이 전체가  되게 하는 분석적 사고방식'이다. 타켓이 설정이 제너럴(general)하거나, 너무 브로드(broad)하면 실행과 결과값이 굉장히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로스쿨은 매우 안타깝게도, 암묵적으로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입학생으로 선발될 확률이 낮아지지만 도입취지에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조인이 될 의지와 실력이 있다면 경험이 녹아든 다양한 법해석 권장이 있다. 법은 '진리'가 아니며 그야말로 시대를 관통하는 원칙이자, 국민들에 의해서 그리고 사회변화에 따라 서서히 움직여나가는 수레바퀴이기도 하다. 그 변화는 다양성이 불러온다고 믿으며 사회생활 속에서 겪은 경험들이 크나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법조인이 양성된다면 누구보다 전문 분야가 생기고 그 분야의 법률 및 사건의뢰에는 최적합일 수 밖에 없다. 시장과 산업은 항상 법보다 더 빠르고 민첩하다. '아노미' 현상을 발빠르게 좁힐 수 있는 건 책상보단 현장이며 그 현장의 용어가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하는 공부로 명문화되고 실제적용으로 이어진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서른넷이란 나이에 두려움을 넘어 공포심이 크다.

과연 나는 이 과정을 넘어 사회를 설득시켜나갈 수 있을까? 늦은 나이의 도전에 결실을 반드시 맺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내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 속 내 자신의 역할의 뿌리를 찾아 잘 자란 양지의 큰 나무이고 싶다. 새벽에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공부량을 맞추기 위해 한숨을 푹푹 쉰다. 아마 오늘도 한숨이 한보따리일거다. 이 기간이 나중에 내 인생 전반을 되돌아보면 어떤 기억의 조각으로 남을까?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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