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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06. 2020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본 사회문제

열여섯번째 에피소드다.


연이어 사회적기업 창업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나열하고 있다. 오늘은 시니컬하게 사회를 바라보려고 한다. 나는 우선 청년창업에 대한 현재 방향성을 모르겠다. 내가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대부분 창업지원금을 받고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일명,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이라는 대표적인 창업육성책으로 기업당 3-5천만원을 활용해 창업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같이 '욱'성질로 창업한 NGO를 법인형태로 둔 사회적기업은 그 속에서 별종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창업자본금은 십만원즈음이었던 것 같다. 호주머니에 있던 돈을 모아서 했으니...


오늘 나는 그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창업이라는 이름으로 길러낸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이다. 나는 그것이 역겹도록 싫다. 그렇기에, 더 독해지고 실력으로 승부하려고 했다. 옛다! 이러면서 던져주는 떡을 받아먹을 생각은 없다. 왜 이렇게 시니컬하게 말하는지 에피소드로 풀어보려고 한다.


NGO로 시작해서 비영리기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했다. 사실은 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우연치않게 발견했고 우리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 충분히 확장성을 가졌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우리는 사회적기업이라고 불렀으며 고용노동부에서는 인증심사를 통과시켜주었다. 분명히 우리는 기업이었다. 어느새 나도 기업가스럽게 발을 부르트게 기업확장에 심여를 기울였다. 스물넷이란 나이의 한계가 있었지만 똘끼충만한 나를 우선 막을 수는 없었다. 계약을 맺고 사업을 수행하고 기업이윤을 따지고 그에 맞춰 만족할 만한 교육성과물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장학금을 집행했다. 나름 만족하며 대학생이기에 시험기간에는 정말 밤을 새가며 겨우 학점 4.0수준을 유지했다.


어느날, 대학 팀장님과 면담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팀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너, 요새 여기저기 날라다닌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순수하게 해야한다~ 순수하게!" 그리고 사업을 함께 하고 있던 기관장님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기관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김 대표. 청년이지? 청년이니깐, 청년답게 순수하게 해야 돼. 가끔은 손해보고 실패도 하면서 말이야."


나는 그 말을 전혀 덕담으로 듣지 않았다. 오히려, 역겨웠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과연.! 순수한 것이 무엇인가? 청년다운 것이 무엇인가?' 내가 하고 있는 과정을 살펴보며, 불법을 저질렀거나 갑질을 했다거나 예의없게 대했다거나 점검해보았다. 결론은 아니었다. 그저, 나는 계약을 맺고 기업이윤의 필요성을 어필했으며 계약서에 우리가 이행못하는 조항이 있다면 그것을 빼기 위해 노력했고 선금을 받기 전에는 일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일할 때 만큼은 그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하면 바다에 빠져죽을 생각으로 노력했으며 일을 하다가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계약서의 절차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을 요청했고 잔금을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었다.


만약, 이 글을 보면서 스물네살이 저런 말들을 한다고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청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포용할 수 없는 분일 확률이 높다. 과연 순수하고 청년다운 것이 무엇인가?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대한민국 청소년 교육에서 '경제'와 '노동'은 명맥히 빠져있다. 유교적 관점에 빠져, 돈을 쫓으면 상인이 되고 돈을 쫓지 않으면 선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나는 절대 그 관점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자체가 경제이며, 그 속에 땀흘려 노력하는 노동이 있다.


청소년들이 배우는 도덕 과목의 덕목으로만 사회를 살 수 있다면 그건 유토피아다. 만약에 그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건 대한민국 교육의 직무유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얼마나 무책임한가? 정당하게 계약하고 노동해서 돈을 벌어가는 과정을 순수하지 못한다고 표현하는 그 기성세대,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은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이다.


성질머리가 더럽기도 소문났던 나는 위와 같은 소리를 듣고 한마디 했다.

"네! 저는 정당하게 돈 받고 열심히 목숨걸고 일합니다. 대표님^.^"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스타트업CEO,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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