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19. 2022

러닝머신 5km vs 야외러닝 7.5km

밤 10시에 맞춰진 규치적인 습관, 어긴다면 따라오는 지옥훈련 

169번째 에피소드이다.


브런치에 글을 게재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수많은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예상을 뛰어넘은 "매일 5km 달리기"란 에피소드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검색을 하다보면 키워드에 걸리기도 할 것이며 5km를 달리는데 첫 몇백미터가 진짜 죽을만큼 힘들고 그 이후에는 점점 더 속도를 높여도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는 개똥철학에 공감한 분들의 구독 덕분이다. 사실 요새도 매일마다 고민한다. '오늘은 좀 쉴까?' 침대에서 일어나 러닝슈즈를 신고 헬스장까지 가는 과정은.. 일요일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더 힘들다.


오늘 번외 에피소드로 후속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러닝머신의 장점은 날씨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고 단점은 평지를 기계에 의해 수동적으로 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말 야외를 러닝하는 것보다는 훨씬 힘들지 않다. 이를 온몸으로 체감한 건 작년도 겨울이었다. 아파트 내부에 있는 헬스장에서 매일 뛰던 나는 극심해진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을 당분간 폐쇄한다는 입주자대표자회의의 공고를 보았다. 잠시 잠깐 운동을 좀 쉬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일주일 정도 기다리는데 코로나는 점점 심해지고 헬스장 폐쇄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조금만 관리를 하지 않아도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조짐이 조금씩 보이는지라 야외로 나가기로 했다. 달리는 거리를 측정해주는 어플을 깔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달리는데 "헉.. 헉.." 대략 3km를 지나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야외러닝은 기계가 아닌 정말 자발적 의지로 달리는 것이기에 러닝머신과 야외러닝의 극심한 난이도 차이를 실감했다. 그리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이라 '이걸 나가야 하나, 오늘은 나가지 말까'라는 고민에 이 악물고 땀만 흘리면 그 다음부터는 바람이 불어도 견딜만 하다는 미련한 생각으로 꾸역꾸역나갔다. 내가 설정한 코스는 대략 7.5km였는데 크게 6번의 오르막길을 냅다 달려야 했다. 이건 정말 절망이다 못해 기쁜 마음으로 달릴 수가 없다. 가장 마지막에 올라야 하는 오르막길은 분명히 전속력으로 다리 힘을 쥐어짜내어 달리고 있는데 그렇게 천천히 올라갈 수가 없었다. 내 주위로 바뀌는 풍경이 마치 느림보 거북이를 연상시키듯이 천천히 바뀌어갔다. 주위 사람들이 없다면 입에서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맛깔스런 '욕'은 덤이다. '욕'을 안하고 뛰어오를 수 없는 오르막길이었다.


두달 정도가 흐르고 다행히도? (근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아파트 내 헬스장이 폐쇄가 풀려 냅따 그쪽으로 옮겨 러닝머신 5km 달리기를 매일 하고 있다. 정말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ㅎㅎ 너무나 편해서 기쁜 맘으로 웃으면서 달릴 수 있었다. 단, 아파트 내 헬스장이 밤 10시에 문을 닫기에 그 전에 와서 5km 달리기를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강박?같은 것이 존재하여 만약에 그날 혹시나 예상치 못하게 밤 10시 이후에 도착해 달리지 못할 경우.. 고민고민하다가 '내 스스로 약속이니깐 지키자'라는 신념이 너무나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그대로.. 야외러닝 7.5km를 달리곤 한다. 진짜 지옥이다. 지옥이다 못해 욕이 절로 나와서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나의 표준 귀가시간은 무조건 밤 10시 이전이다. 늦어도 밤9시30분까지는 집에 도착해야 그 끔찍한 밖으로 나가 오르막길을 '욕'을 하며 뛰어오르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얼마 전, 내 성격을 잘 아는 선배가 나와 치맥&맥주 한잔을 하다가 시계를 보더니 "이제 일어설 시간, 너 오늘도 뛰지? 지금 택시타고 가면 9시반 전에는 도착하겠다."라고 말했다. 내가 작년도에 출간한 <이타적 개인주이자>란 책을 사서 '매일 5km 달리기'란 에피소드를 본 선배였다. 순간 웃겨서 마시던 맥주를 뿜어버렸다.


"고마워요. 선배" 괴팍하고 신념인지 망상인지 모를 강박에 빠져사는 개인주의자인 날 이해해줘서!   

작가의 이전글 유교사회를 벗어던져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