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27. 2022

몰이해에서 시작되는 갑질

업종과 단계별로 돈버는 방식의 이해가 결여되면 갑질은 시작된다  

171번째 에피소드이다.


최근 일주일 간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우선 난 냉소주의자에 끝판왕이다. '인간은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무조건 한다.'고 믿는다. 나치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혐오하는 누군가는 자신을 절대 끝까지 믿지 마시라. 본인이 할 수 있는 권력과 위치,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학살자가 될 수 있다. 역사 왜곡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 진실과 마주한다면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우리에겐 끔찍한 존재가 일본이었다면, 베트남전쟁기간엔 베트콩, 일부 베트남인들에겐 한국군은 끔찍한 존재였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은 원래 그렇다는 것' 그것을 말하고 싶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갑질은 '인간' 본연의 존재가 할 수 있는 환경에 높여진 권력,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그건 법적 처벌을 할 부분이 있다면 단죄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건 '몰이해'에서 갑질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기술하고자 한다.

이건 '악의적 의도'보다는 '무지'가 낳는 산물이다. 보통 갑질은 원청과 하청 구조에서 발생한다. 프리랜서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이 '하청' 구조라고 보면 된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대표 N잡인 쿠팡잇츠 배달서비스도 하청구조라 볼 수 있으며 결국 하나의 서비스가 온전히 하나의 조직과 구성원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직과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서비스를 완성하고 제공시키고 있는 것이다. 몰이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도치않은 '갑질'로 인해 전체적인 서비스가 파행과 분열로 완전히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 서비스가 문을 닫게 되면 주변으로 묻기 시작한다. "왜 잘못된 걸까? 참나 이해를 못하겠네."


원청은 '하청'을 줄 때 비용절감이란 주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희생과 리스크를 강요하는 과업방향을 설정할 때가 있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앞으로 누가 저 곳과 거래할까?'란 생각이 절로 들며 혐오스럽다. 몇번은 난 그런 일을 자행한 업무담당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니, 이렇게 과업을 주면 저기는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너무나 희생을 강요 당하는데 앞으로 지속적인 거래를 원하는 것이냐, 아니면 그냥 한번 하고 안하려고 하는 것이냐"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상당히 당황스럽다. "결국 나중에 정산해보면 그 업체도 돈이 남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된거잖아요." 헛웃음이 나와서 긴 말을 더 하지 않았다.


'흑자부도'라고 있다. 받을 돈은 아직 산적한데 거래한 업체들은 일은 잔뜩 시켜놓고 거래대금은 안 주고 있고 업체 대표는 전전긍긍해서 대출 등으로 인건비, 시설관리비 등을 소진하고 있다가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부도하는 경우를 말한다. 생각보다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다. 파고 들어보면 업종과 단계별로 돈 버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업는 '원청' 또는 '발주자'를 만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몰이해라는 건 '하청'을 쓰고 버리는 수단으로 생각지 않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개념이다. 일을 맡기려는 그 업종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어떤 시점에서 돈이 많이 드니 계약대금을 30%가 아닌 50%로 해야 일처리가 순탄하고 하청업체가 리스크를 너무 크게 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필요하며 일련의 과정일지라도 단계별로 비즈니스 구조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현격히 타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원청'과 '발주자'는 심각히 문제점이 보이는 단계의 비즈니스 업체들의 수익률 책정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시켜나가야 한다. 그것이 결국 한창 바짝하고 사라지는 비즈니스를 줄이는 길이다.


일을 해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누가 상위 기관이고 하위 기관이고' 에서 오는 우월감의 단물은 다 빠졌다. 나 역시 이십대 중반까지는 그것이 묘한 쾌감, 그리고 우월성 입증의 길이라고 본 것 같다. 나약한 인간이고 그 자체가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 후에 여러 일들을 하면서 어느 때는 원청도 되었다가 어느 때는 하청도 되었다가 왔다갔다 하면서 서른 중반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은 그런 단물은 빠진지 오래이며 그저 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나아가서 안정화되면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뿐이다. 그럴려면 노련미를 갖춘 파트너들이 있어야 하며 추세상으로는 내부보다는 외부 협력자일 확률이 높다. 돈을 주고 거래하고 그 업체들도 그 돈으로 직원을 고용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 수없이 고민한다. 몰이해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에 무언가의 '절대적 우월감' 가지는 말도 안되는 의미를 부여하고 '돈만 어떻게든, 단! 내가 원하는 시점에 맞춰 주면 된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진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건 의도치 않았건하였건 명백한 '갑질'임에 틀림없다.


'협업'은 최근에는 자연스러움을 넘어 당연스러움을 쫓는다. 진정한 '협업'이 되려면 파트너들의 업종과 단계별로 돈버는 방식의 이해가 자리 잡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가끔 하청업체들의 사정과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돈만 주면 다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몰이해 방식의 '발주자'에게 한마디해주고 싶다.


"너도 꼭! 똑같은 발주자 만나서 똑같이 당해봐라."

작가의 이전글 한탕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