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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31. 2022

알약과 집단지성

병신력 최고의 랜섬웨어 사태와 동학개미들의 위대함

173번째 에피소드이다.


지금 시간 새벽1시, 오늘은 별탈없이 하루를 마치나 싶었는데 이 에피소드는 꼭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냥 일찍 잘까?'하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가 문서 하나만 더 검토해서 보내놓자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노트북을 켰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약 프로그램이 작동했다. 사실 알약 프로그램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깐 것이 아니고 이래저래 계속 광고같은 것으로 깔도록 유도하니 어쩌다 설치를 누른 것 같았다. 갑자기 랜섬웨어가 감지되었다는 메세지와 함께 '신고하기' 버튼이 나의 선택을 부추켰다. 보완프로그램이 무언가를 잡았다길래 '신고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누르는 순간 '아?' 불현듯 카톡방에서 '알약' 이야기가 나온 것을 인지했다. 옆에 있던 핸드폰을 잡아서 수많은 카톡방에서 '알약' 이야기가 나왔던 카톡방을 찾았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그래도 내 노트북은 먹통이 되었다. 황당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핸드폰으로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감히 말하자면, 병신력 최고의 랜섬웨어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비 병력을 선발해놓았더니 그 병력이 집안을 물건을 다 털어간 셈이다. 재부팅 버튼을 연발하여 지는 화면의 다양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순간적 판단을 하고 이것도 시도해보고, 저것도 시도해보고... 너무 화가 나서 키보드 패드, 마우스도 쾅 쳐봤다. 그렇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마 핸드폰이 없었다면 나는 밤이 새도록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잠들었을 확률이 높다. 검색하고 기사에 달린 댓글, 그리고 블로그 게시물 등을 참고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내 노트북 성능, 기종에 맞는지 면밀히 살펴보다보니 어느정도 해결하고 복구하는 방법이 손에 잡혔다. 재부팅을 계속 하면서 해결방법 중 가장 확률이 높은 안전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타이밍의 화면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 화면이 나왔다. 손이 떨렸고 마음을 졸였다. 이 화면에 나와있는 순간을 놓치면 또 재부팅을 하느라 영혼을 잃은 눈동자와 함께 계속된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여야했다. 안전모드로의 전환이 성공되자마자 제어판 속에 있는 알약 프로그램을 찾아 제거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면 금방 제거될 줄 알았던 제거 대기시간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스트레스가 다시금 핸드폰을 잡고 그와 관련된 댓글들을 보기 시작했다. "무조건 기다려!",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 "절대 끄지 말고 기다려!"


집단지성의 산물인 댓글들은 모두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 이건 무조건 기다리는 것이다. 답답하다고 다른 조치를 해보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낭비다. 병신력 최고의 랜섬웨어 사태에서 동학개미들의 위대함을 믿고 그저 침대에 누워 유튜브나 한편 보고 오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슈카월드 한편을 보고 왔더니 이 사태는 종료되어있었고 재부팅을 하니 노트북은 다시 정상적으로 작성이 되었다. 동학개미들의 집단지성이 없었다면 나는 새벽 내내 정신나가있었을 것이다. "작지만 모이면 강하다." 동학개미들의 그 수없이 분노에 찬 댓글과 그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수없이 던지는 해결방법, 마지막으로 "무조건 기다려"가 집단지성이 가진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정치나, 경제나, 병신력 충만한 사태나 모두 시민들이 해결한다. 시민들은 절대 지식을 향유하고 공유하며 집단지성화시켜 발전시켜나간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어쨌든지간에 압도적 긍정적인 면이 그들의 앞길을 옹호해준다. 오늘 느낀 이 벅찬 감정을 꼭 남기고 싶어 글 하나 남기고 잔다.


그리고 알약은 앞으로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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