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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Sep 04. 2022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Til I Die)

게임에서 e스포츠로, e스포츠에서 팬덤과 구단 구성원으로

174번째 에피소드이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2018년부터 방영한 총 14회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이다. e스포츠 관련 업계에 종사를 하게 되면서 영화 머니볼, 드라마 스토브리그, 그리고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를 챙겨보았다. 아무래도 압도적 압도적 가진 e스포츠 타 구단에 비해 힘을 합치기로 한 구단은 일당백을 해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1은 상당히 희망적으로 제작 기획이 되었다. 축구가 전부인 영국 본토 1부 프리미어리그에 생존하던 선덜랜드가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다음 시즌에는 다시금 1부 리그로 올라가는 희망찬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선덜랜드의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된다.


시즌2는 구단주가 바뀌고 야심차게 새로운 감독과 함께 3부 리그 탈출을 하기 위한 처절한 선수단 운영과 팬덤층인 팬들의 응원, 비난 등이 절묘하게 혼합된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답게, 트레이드 시장에서 주포인 선수를 잃고 새로운 공격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돌아다니는 구단 구성원들이 적나라게 표현된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극적인 해피엔딩을 생각할 수 있으나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다. 마지막 승강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결국 2부 리그에도 승격 실패하며 3부 리그에 머물게 된다.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회에 그 결과를 받아들고서 애써 울음을 삼키는 구단 구성원과 팬들의 모습이 다큐멘터리에 담긴 장면이었다.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대회에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 세트가 끝나고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화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시드결정전 시작 전 경우의 수로 상당히 유리한 선택지가 있었기에 '오.... 쩐다.'라는 기대감을 부추겼다. 팬덤층, 그리고 구단 구성원들도 모두가 힘껏 응원했지만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기에 예상했던 결과와 항상 맞아떨어지진 않곤 한다. e스포츠가 이미 게임을 넘어 새로운 스포츠로서 감동, 환희, 아쉬움 등이 공존해나가고 있다. 팬들과 함께 소통하며 구단 구성원들은 밤낮으로 시간투자를 하고, 마케팅부서는 어떻게든 그들의 활동을 더 알림으로서 구단 자체의 스폰서 확대를 통해 생존방안을 고민하고 팬덤층을 더 견고하고 만들고 있다. 모두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숨쉬고 공존하며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데 다름이 없다. 이건 "스포츠 정신"이다.


잠시 뒤 대표의 올 시즌 솔직한 소회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왔고 그것을 보다가 왠지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다. 아마 나 역시 굉장히 심취해있었고 구성원이자 팬으로 응원하고 있었나보다. 무언가 기다리고 기대한다는 건 굉장히 소중한 감정이다. 여름시즌이 그 감정선을 잘 알려준 시간이었다. 항상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게 되면서 떠올리는 명언은 유명 캐스터인 MC 전용준 씨의 마지막 스타리그에서의 솔직한 소회이다.


"저는 안타까움을 더해서 두렵습니다. 스타중계하는 사람으로서 먹고 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더이상 스타중계를 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10여년간 해왔던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매우 두렵습니다. 이제 40이 되었습니다. 다시 무언가를 새롭게 해야하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두렵습니다. 예전에 이렇게 두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2007년 온게임넷이 개국한다고 했을 때 당시 아나운서를 하던 저에게 합류해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온게임넷에 사표 쓰고 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한테 말씀해주신 분은 언젠가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게임으로 전세계 젊은 이가 하나 될 수 있다는 정신나간 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정신나간 소리를 믿었습니다. 정신나간 사람 XXX, OOO.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미치게 했고 그 정신나간 소리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게임으로 2만5천명을 모은 올림픽공원, 10만명을 모은 광안리 그 꿈을 다시 현실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 꿈이 다시 이루어 질지는 모릅니다. 저는 매우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때 정신나간 사람들의 말을 믿고 있고 저는 아직도 미쳐있습니다." 스포츠에는 이야기가 있고 감동이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낀다면 그건 이미 스포츠이고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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