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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Sep 06. 2022

힌남노 태풍이 한국에 온다

기후변화는 생존권을 위협, 견뎌야 하는 피해도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175번째 에피소드이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이다. 여기는 부산! 올해 11호 태풍인 힌남노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 이번 태풍의 진가는 새벽이 지나봐야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꽤 요 며칠간 모든 뉴스를 장악했다. 정부는 비상근무라며 대기를 하고 있으며 재난안전문자는 핸드폰의 진동을 끊임없이 양산해낸다. 일전에 브런치에 기후 관련 에피소드를 쓴 적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입법' (https://brunch.co.kr/@com4805/125)란 제목의 글은 배수시설에 관한 대대적인 시설 점검이 필요함을 말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동일하다. 스콜성으로 쏟아지는 폭우, 폭풍 등을 단시간에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며 향후 도시계획의 필수요소라고 본다.


내게 인상깊게 남은 태풍의 기억은 2003년 매미이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선명한 기억은 바로 창문틀이었다. 아버지와 따로 살았던 시기이기에 엄마와 둘이서 매미가 온 밤을 지새웠다. 아파트가 아닌 가정집 셋방살이를 했던 우리집은 밤부터 새벽까지 에매랄드색 나무 창문틀이 덜덜덜 떨리면서 공포에 떨어야했다. 현재 아파트 이중창문도 아닌 그저 홑창문을 버티고 선 에매랄드색 나무 창문틀이 버티기만을 기도했다. 보통은 창문 밑 부분에서 이불깔고 엄마와 같이 잤던 내게, 그날만큼은 엄마가 창문 밑에서 자지 말고 좁지만 자기와 구석에 몸을 같이 뉘이고 잠을 청하자고 했다. 잠은 오지 않았고 이런 생각을 새벽 내내 했다. '저 창문이 깨지면 바람이 안쪽으로 불어오고 유리파편이 튀고 집안 물건이 난리가 날텐데..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 상상을 시뮬레이션 돌려보면서 새벽4시가 넘어서야 잠에 겨우 들었다. 다행히도 그 위대한 에매랄드색 나무 창문틀은 부서지지 않았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간 거리는 나무가 뽑혀있고 간판이 떨어져있으며 각종 쓰레기들이 난립해서 마치 쓰레기장을 보는 듯 변해있었다. 예전에 지역구 담당 업무를 하면서 폭우와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네를 피해파악 및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 간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빈자에 해당할 수 있는 그 마을은 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수피해, 심지어 지붕이 날아가 당장 하늘의 별이 보이게 생긴 곳도 있었다. 망연자실해하던 할머님들을 위로하며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국가 아젠다느니, 컨셉이니 하는 문제가 아닌 '생존권'이며 그 최소한의 '생존권'에 다다르기 위해 겪어야하는 고통은 경제적 격차에 따라 현격히, 너무나도 현격히 다르다. 환경문제가 아닌 근본적으로 생존권 문제여야 한다.


참고로 나는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종이빨대 사용은 그야말로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며 환경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 부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생존"을 위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 나이가 서른넷이니 이십년 전 기억은 선명하게 할 수 있다. 열네살에 내가 마주한 환경 및 기후와 이십년이 지난 마주한 지금은 미묘하게 다르다. 아열대 기후로 전락한 한국은 스콜성 폭우, 태풍, 지진과 심지어 기묘한 환경 현상을 체험하기도 한다. 앞으로 가장 두려운 것은 해일이다. 부산에 있으면서 조망권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건축물 허가로 해수면 높이의 상승, 그리고 갑작스런 해일에 취약한 바다 근처 고층 건물이 즐비해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해수면 높이 상승으로 인해 전세계 육지의 일부가 잠긴다는 건 생존권이 걸려있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한 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건by건으로 이러한 현상을 대하는 것이 아닌 도시계획수립 그리고 도시의 브랜드 컨셉을 잡아나갈 때 기후변화가 거시적 아젠다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나는 생존하고 싶다. 그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애국심? 국가공동체의 존립? 사실 그런 건 양복 쫘 빼입고 청문회 때나 하는 하나마나한 소리이다. 힌남노의 거센 바람이 새벽에 경상권을 때린다고 한다. 비상근무 대기, 재난안전문자보다 그저 운을 빌 따름이다. 그것보다 더 힌남노란 태풍을 잘 피할 방법은 없다. 그저 잘 지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과감하고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지금부터 확실히 해야될 때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당면한 현격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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