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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Sep 09. 2022

갑작스런 전화 No! 용건 문자 먼저!

모르는 전화번호는 절대 받지 않는 "나", 이상한가요?

176번째 에피소드이다.


오랜만에 개인주의자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개인주의자'라고 보편화하기엔 개인적인 성향 문제일 순 있다. 단,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전화보단 메세지로 소통하길 원한다. 나 역시 극단적으로는 그렇다. 어른들과 일하다보면 가끔 핀잔을 듣는다. "왜, 밤에 전화를 안 받느냐", "연락처를 알려줘서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더라. 도대체 왜 그러냐?"라는 핀잔 중 전자의 경우는 앞선 에피소드에서도 한번 말했듯이 극단적으로 급한 건이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밤에는 제 개인생활이 더 중요해서"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제가 무조건 전화를 안 받는게 아니고 모르는 전화번호(저장 안된 번호)니깐 우선 문자로 용건을 달라고 메세지를 남겨놓는데 그에 회신이 안 와서 저도 백콜을 안한거예요."라고 반드시 선후관계를 짚는다. 이 이야기를 듣고도 기분이 언짢으시거나 "태도가 왜 이래?"라고 하신다면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더이상 설득시킬 자신이 없기 때문에 향후 그 분을 형식적으로 대할 수 밖에 없다. 그게 '나'란 존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화로 누군가와 다이렉트로 하는 소통을 하는 것보단 정제된 언어로 물꼬를 트고 꼭 필요한 것은 온라인화상회의시스템을 쓰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는다면 만나서 신속히 해결하는 편을 선호한다. 텍스트 언어(메일 또는 메세지)가 감정을 뺀 완결체라면, 직접 대면(온라인화상회의시스템 포함)하는 건 감정을 얼굴과 몸짓에 드러내며 협상하는 기술이다. 그 중간점에 있는 전화는 비언어 요소를 알 수 없이, 목소리만으로 상황을 파악하며 해결해야하기에 포지셔닝이 애매하다. '전화'란 방법을 남발하는 건 생각보다 오해를 일으키기 쉬우며 엄청난 피로감을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모르는 전화번호는 그 당사자는 급해서 '전화'란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과정이겠으나 사전정보 등을 전혀 숙지하지 않은 내겐 공포감 그 자체이다. 내게 공포면, 남에게도 공포인 것을 잘 알기에 나의 경우는 반드시 전화번호를 전달받으면 '용건 문자'를 남겨놓고 회신 문자가 오면 바로 전화를 건다. 그래야 최소한의 '소통(협의)'을 할 수 있는 물꼬는 틔우고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짜고짜 전화부터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상대편이 전화를 받자마자 일단 큰 소리로 용건부터 쏘아부친다. '저러면 상대편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그 자체가 너무 피로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한가지 더! 가끔은 미안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연락바랍니다.'라고 전화거절 메세지를 남겨놓는 경우도 있다. 바로 5km 러닝머신을 달릴 때다. 이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숨이 차고 땀이 나는데 러닝머신을 끄고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다. 그냥 한번에 5km를 완주하고 끝내고 싶은데 중간에 끊는다는 건... 정말 그 기분은 어떤 것과도 바꾸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제 개인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도 하다.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일지라도 '꼭 지금이어야 하나... 30분만 기다려줄 순 없나? 그러면 다 뛰는데?'하면서 전화거절 메세지를 남긴다. 밤9시부터 10시까지는 보통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가끔은 이런 내 생각들이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거나 정신병은 아닐까 라고 의심해봤지만 그 자체로 그냥 "나"인 것이다.


모르는 전화번호는 절대 받지 않는 "나",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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