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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Sep 14. 2022

지방분권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

지방자치? 지방분권? 책임감 그리고 현실감이 가미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

178번째 에피소드이다.


최근,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관한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있다. 사회적경제학 석사를 했으니 전혀 다른 관심사라곤 볼 수 없다. 하지만 또 특유의 '염세주의'가 발동하고 만다. 대부분 지방자치와 분권에 관한 준비를 위해 나오는 내재적 과정은 다음과 같다. 순환경제, 풀뿌리교육, 주민주도형(또는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 등이다. 그 중요성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대한민국은 현재 지방자치를 하기 위한 외형적 구조는 갖추어진 상태이다.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의 선출직 권력을 주민투표로 뽑고 있으며 아파트 단위로 입주자대표자회의, 그리고 동별로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구성되어 참여형 거버넌스 구조는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지방분권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분권 운동이 수십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이 진전없는 이유는 크게는 '책임감'이라고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격언은 '선택은 곧 포기다.'이다. 분권은 그것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지엄한 선택의 순간이다. 전사적인 지방분권을 한다면 모노토리엄 등을 선언하는 기초자치단체 등이 발생하고 그들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방의 '스스로 혁신'을 통해 생존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한다는 건, 그러지 못한 부류는 폐망한다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100%를 넘는 자치단체가 적으며 지방분권을 위해 세제개편을 하더라도 자립도를 완전히 갖춘 자치단체를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방분권은 시대적으로 바람직하나 권리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따른다.


"권한만 찾고 책임은 없다면 그건 허구다."


일본의 유바리시의 사례는 흥미롭게 보았다. 현 훗카이도 지사로 재임 중인 스즈키 나오미치는 도쿄도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던 중 재정재생단체였던 유바리시로 파견된다. 유바리시 파견 당시 관광 협회 등 여러 지역단체와 유대관계를 맺고 특상품인 유바리 멜론을 이용한 '유바리 멜론 팝콘'을 고안했으며 그외에도 재정 재생 계획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일보 총무성으 보고하여 유바리시의 지원요청을 적극적으로 하였다. 파견 근무가 끝난 후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그는 연고가 전혀 없었던 유바리시로 공무원을 그만두고 무소속으로 시장에 출마하여 당선된다. 시장 재임 시절, 일본에서 가장 급여가 낮은 시장이었으며 유바리시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스스로 급여를 30% 삭감하였다. 또한 유바리시의 특산품인 멜론을 팔기 위해 카타르를 방문했었는데 예산절감을 위해 0박3일이란 초인적인 일정을 수행했고 결국 이듬해 유바리 멜론의 아시아 수출이 결정되었다. 이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일본의 지방자치, 분권구조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해도 이런 능력으로 임할 수 있다면 지방분권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연 우리는 지방분권을 해낼 수 있을까? 해내길 바란다. 하지만 권한은 책임이 따른다.


지방분권은 결국 산업과 주민들의 유치경쟁이다. 지방분권이 된다면 가장 먼저 없애야 하는 것이 '의전'이다. 대구시에서 매년마다 치킨맥주 페스티벌이 열린다. 전세계에서 약100만명의 관광객들이 대구시로 모여든다. 난 이런 행사에서 지방분권이 이루어진다면 각 기초자치단체 구청장들이 행사장 입구 앞에 서서 정책공약이 담긴 팜플릿을 전국 방방곳곳에서 오시는 시민들에게 허리숙여 나눠주고 있어야한다고 본다. '의전' 따위는 전혀 필요없다. 축사할 시간이 어디 있나. 그저 약1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찰나의 순간에 마음을 굳히고 우리 자치단체로 이사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자치단체가 파산하면 내 지위고 명예고 권력이고 날라간다. 이게 어떤 의미에서 지방분권이 진정으로 실현된 것이다. 타 자치단체와 비교우위에 서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을 갈고 닦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라면 지방분권은 해볼 만하다. 대신 폼잡지 말고 목숨을 걸어라.


그게 어렵다면, 좀 더 지방분권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현상 등으로 지방이 위기를 맞이했고 청년들이 떠나가는 것이 현실이라면 '기술'을 이용한 지방의 위기탈출 그리고 그를 통한 지방분권을 현실화해볼 수도 있다. 다소 허무맹랑하긴 하지만 상상력발휘가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의 최대한 빨리 정점으로 올려 KTX보다 3배는 빠르지만 값싼 교통수단을 국가차원에서 모든 R&D역량을 발휘해서 개발해낸다. 그렇다면 부산과 서울까지 출근길 거리는 1시간에 불과하고 부산에 살면서 서울로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 서울이 번잡하지만 세련된 미를 강조할 수 있다면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고 특유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다. 출근시간을 1시간으로 만들어버릴 경우 그 변수는 변수가 아니게 된다. 이제는 도시의 최적화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등으로 정착시키고 구성원들의 인파워먼트를 통해 지방분권을 실시할 수 있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난 지독한 염세주의자다. 현실가능하지 않은 계획은 믿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지방분권이 실현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 권한에 따른 책임감 그리고 현실감이 가미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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