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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21. 2022

135만원짜리 클릭

"인생은 실전이야" : 쉽고 빠른 금융거래, 정신 바짝 차리기

198번째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는 135만원짜리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난 클릭 한번으로 135만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어 '나.. 바본가?'를 정말 끊임없이 되뇌이며 오늘 오후를 보냈다. 핀테크사업의 발달로 금융거래는 그 어느때보다 쉬워졌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것이 전송되고 거래된다. 즉, 모두가 은행하나를 손에 들고 다니는 택이다.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거래 등도 모두 손에서 시작해서 손으로 끝난다. 손가락이 가진 클릭은 그냥 클릭을 뜻하는 것 아니고 '자본' 그 자체의 움직임이다. 왜 이렇게 서두가 길었냐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억지스러운 '교훈' 찾기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나는 오늘 "인생은 실전이야"를 스스로 맛보았다.


점심시간에 잠시 시간이 남아 길을 걷다가 주식거래 앱을 켰고 주가가 소폭하락하고 있음을 깨닫고 저점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가가 하락한 테크주를 누르고 가격을 설정하고 주식매수량을 정한 뒤 버튼을 누르고 1초만에 이상함을 깨달았다. '응? 방금 그 싸한 느낌이 뭐였지?' 1초 뒤 내 카톡으로 주식이 매도되었다고 알림이 울렸다. '와... 미쳤다' 난 매수가 아닌 매도를 한 것이었다. 미쳤다.. 작년말 주가가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된 테크주 하락세에 일명 '존버'로 버티면서도 저점매수로 차근차근 매수하며 한 주 평단가를 내리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난 고스란히 -135만원의 실현손익을 본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얼마 전 엄마가 나한테 냉장고가 너무 낡아 새걸로 사야겠다며 돈을 좀 보태줄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나는 기꺼이 보탠다고 말했다. 고심고심한 엄마는 며칠동안 하이마트도 갔다가, 이마트도 갔다가 하면서 내게 "전시상품은 굉장히 싸더라. 근데 나한테 상품권이 있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얼마를 할인해주고"라며 셈법이 복잡한 말들을 해댔다. "그래서 얼마 주면 되어요?"라는 간단 명료한 내 질문에 뜸들이다가 "당연히, 많이 보태주면 좋지~"라고 말했고 150만원을 그날로 이체해주었다. 엄마는 내게 "너무 큰 소비를 한 거 아니야? 너무~ 고마워"라고 기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말을 전했다. 내게 딱 그 일이 오버랩되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짜증이 솟구쳐올라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 누가 있든지 말든지 크게 소리쳤다. "와...XX, X같네."


"인생은 실전이야"

어른이 되면서 모두가 느끼는 건 돈 벌기가 진짜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벌기는 힘든데 쓰거나 잃는 건 무진장 쉽다는 사실이다. 나는 돈을 진짜 열심히 번다. 돈 벌기 위해서 무엇이든 시키는 건 군말없이 해내는 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게 살지 않으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절대 불변의 진리를 너무나 잘 알기에 악착같이 벌고 모으고 자산증식을 위해 정보수집, 그리고 빠른판단과 선택을 수없이 해댄다고 하루 온종일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린다. 근데 순간 정신이 나갔나보다. 그렇게 난 135만원을 그냥 허공에 날렸다.


모두가 손 안에 은행을 하나씩 들고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재테크가 쉽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기에 자본이 쉽게 많이 몰리고 쉽게 많이 잃는다. 이 시대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아니면 인생은 실전임을 매번 깨닫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억지로 마음 달래고 교훈을 얻으려는 지금 내 노력을 보면 안다.


135만원짜리 클릭은 1초 만에 일어났지만, 30일은 더 열심히 일해야 온전히 복구가 가능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인생은 실전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내 자본을 지키고 그 자본으로 내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자본이 없으면 내 자유가 침해당하고 개인주의자로서 당당히 살아가기 힘들다. 난 나를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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