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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30. 2022

'죽어도 자이언츠'를 관람하고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의 강력한 팬덤, 그를 통한 생명력

200번째 에피소드이다.


'죽어도 자이언츠'를 본지는 꽤 오래되었다.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꼭 써야겠다고 기록해두었으나 우선순위가 밀리고 최근 쌓인 업무들을 해내기에도 벅차서 한달만에 작성해본다. 작성 전에 '죽어도 자이언츠'의 관람객 숫자가 5,662명이란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는 적다고 평가할 수 있겠으나 나는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선 부산 롯데시네마에서만 개봉을 하였고 적은 스크린으로 인해 관람상영대가 황금시간대를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6천명에 가까운 부산시민들이 자기의 돈을 지불하고서 이 다큐멘터리를 관람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구단의 '죽어도 선덜랜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1,2를 보면 정말 의도치않게 2부 리그로 강등된 선덜랜드가 다음시즌 1부 리그 복귀를 하는 과정을 담으려는 시도에서 시작했으나 더 좋지 않은 성적으로 승격은 커녕 기존의 자리도 지키기 어려워지는 현실 축구 프론트, 그 구단을 바라보는 '애증'의 팬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엄청난 명작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현실, 그리고 이상 속에서 팬들과 한데 어울려가는 구단을 볼 수 있다.


관람객 중 한명으로 솔직한 감상평은 높은 퀄리티는 전혀 아니다. 일종의 B급 감성으로 치부될 정도의 연출, 그리고 편집 장면들이 존재하며 롯데자이언츠의 우승, 그리고 준우승을 했던 과거 시즌과 현재 시즌이 교차해 나가는 장면도 표현하고자 했던 만큼 영상미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하나 부러웠던 건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구단이 단일 시즌이 아닌 그 역사의 일대기를 다룰만큼 깊게 도시의 시민들과 엮어 희노애락을 같이해나가는 모습이었다. 이 애증의 관계가 스포츠구단과 시민민들에 형성되어 함께 생명력을 공유하고 있었다.


일전에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타임머신이 있다면 1984 한국시리즈 롯데 vs 삼성의 경기로 가고 싶다 했다. 지금도 동일하다. 그때의 그 느낌을 후대의 자료영상이 아닌 기억을 지우고 당시의 현장에서 손에 땀을 쥐며 느껴보고 싶다. 스포츠에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건 '공을 둥글기 때문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두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언더독과 같이 약자가 강자를 투지와 투혼, 그리고 모두가 하나된 팀워크로 개인 하나하나는 상대가 되지 않더라도 팀으로 강자를 이기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스포츠에선 간혹 자주 일어나며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삶을 더 살아나간다.


MZ세대들의 스포츠인 게임, 그리고 e스포츠도 스포츠로서 확실히 자리 잡으려면 연고지란 도시의 시민들과 함께 '애증'관계를 형성하며 그곳에서 얼마나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팬덤을 넘어 도시 전체와 구단, 팀 전체가 한데 어울리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정식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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