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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21. 2020

전문가의 몸값? 뭔값?

사회적기업을 하며 확립된 가치관들

스무번째 에피소드이다.


사회적기업가가 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유별난 녀석으로 분류되었다. 누구에게 아부도 떨지 않고 애교도 전혀 없으며 술, 담배도 하지 않아서 만나서 업무이야기 외에는 크게 하지도 않았다. 나름 매니아 층이 생겼다.


2015년, 만26살에 지자체 단위에서 '대구시민원탁회의'라는 의제에 대해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 보통 교수, 박사 등으로 구성되기에 난 신선한 편이었다. 위촉장을 받고 1차 업무회의가 열렸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그저 업무이야기만 했다. 한시간 남짓 회의를 하고 또 미팅이 있어 얼른 일어나 이동하려 했다.


"저기, 위원님. 여기 서명하고 가셔야 합니다."


나는 방명록인가 싶어서 서명을 하려고 했더니 수당지급서였다. "네? 이게 뭔가요?" 정말 무엇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더니 주무관님이 놀란다. "수당입니다. 전문가 수당이 나가요. 회의하실때마다"


나는 그날 서명을 하고 와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전문가 수당은 내가 한달 동안 1개 과외를 해야 겨우 버는 돈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지 않음) 1시간 남짓의 회의에서 내 발언시간은 60분/9명(위원수)=7분 남짓이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나는 나중에 지급된 전문가 수당만큼을 비영리기관에 기부했다. 그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난 그저 잠을 편하게 자고 싶었을 뿐이다.


사실, 그 후부터는 나는 중앙부처, 지자체에 다양한 전문위원으로 많이 불려다녔다. 그러면서 점점 무뎌지고 그것이 당연해졌다. 전문가 수당을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느낀다. 나 역시 이제는 신선하진 않다. 그저 순응하며 살아간다. 내가 그 순간에 느꼈던 부끄러움은 무엇일까?


어느 날 지나가다 폐지로 꽉 채운 리어카를 끄는 왜소한 할매를 보았다.

'아.. 내가 그때 느꼈던 미안함은 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구나..' 문득 깨달았다. 저들은 하루종일 폐지를 줍고 리어카를 꽉 채우면 오천원 남짓과 그 노력을 맞바꾼다. 나는 무엇이 잘났기에, 그리고 무언가를 해냈기에 단 7분으로 그들의 노력에 수십배에 달하는 몸값에 달하나. 그런 생각을 했었나보다.


나도 서른이 넘었고 돈을 좋아한다. 내 노력을 정당히 보상받기를 원하며 내 분야에서 전문가스럽게군다. 벌써 6년이 지났지만 그 순간을 항상 기억하며 이제는 이렇게 행동한다. '전문가답게 최선을 다한다.' 적당히 서명하고 자문보고서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읽어보고  꼼꼼히 작성한다. 회의자료를 미리 읽어보고 빠짐없이 발언한다. 추가시간을 더 달라고 말하며 집요하게 질의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타협선이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은 최선이다.


또 하나, 내가 사회에서 주어진 기회를 감사히 여기고 전문가로서 성장하면서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절대, 무슨 일이어도 사회적 약자들을 보며 '노력을 안해서 저렇게 된거지.. 쯧, 쯧'하는 무시하며 선민사상에 빠지지 않으련다.


내 소신이자, 김인호가 살면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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