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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11. 2023

공무원 사회의 역설

위탁 및 공모를 통한 진정한 민관 협력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

216번째 에피소드이다.


오늘 에피소드는 공무원 사회에 관한 굉장히 비판적인 논조다. 대다수의 공무원 분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으나 위탁 및 공모를 통해 민간 사업자들과 협력하려는 과정에선 다소 낮은 이해도를 보인다.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법인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 위탁을 한다는 건 직영을 하기엔 부담스럽고 민간들의 경쟁입찰로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법인을 찾아 업무를 맡기는 행위이다. 그것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일종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위탁법인이 예산상에서 수수료를 책정하려고 할 때 난색을 표한다. 뭔가 이걸 통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려고 한다거나, 일종의 편리를 취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정확한 대답은? 당연히 맞다. 사업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 하는 행위이고 관은 자신들이 그것을 직접 못하기에 수수료를 지출하고 그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당연히 제도적으로 이와 같은 사항(당사자를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 존재)이 정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권리가 아닌 제안과 설득이 필요해진다. 이런 과정을 겪을 때면 공무원 사회에 신물이 나고 시장경제에 관한 이해가 있는지 모를 정도다. 생각해보면 다소 웃긴 역설은 공무원들도 일종의 국가란 법인에 속해있고, 사회안전망들의 사용료를 근거로 세금이란 일종의 커미션(난 세금을 커미션으로 보는 편이다)을 국민들에게 거두어 국가란 법인에 저장하고 그걸로 봉급을 꼬박꼬박 밀리지 않고 받는 직업군이다. 그들이 민간 사업자들과 하등 다를 이유도 없고 그 프로세스도 동일하다. 위탁을 하면서 법인에 대한 이익을 책정하지 않는다는 건, 인건비(간접비) 및 재료비(직접비)만 지출하면서 그 서비스를 문제없이 해야한다는 논리인데 너무나 몰상식하고 그럴 바에는 위탁을 차라리 내지 말고 본인들 스스로가 직영으로 운영하면 된다. 책임은 지기 싫고 비용은 줄이고 싶고, '갑질'은 따로 있는게 아니고 이게 '갑질'이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갑질'은 되레 몰이해에서 나온다고 설명한 적 있다. 모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갑질'을 하는 것인데 모르는 건 자랑이 아니며 자유시장경제에서 위탁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무능이다.


좀 더 나아가서, 이건 좀 더 근원적인 시민활동을 지원하기에 위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순 없으나 공모사업 프로그램에서도 너무나 동떨어진 근로(또는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공모사업 예산을 작성하다가 FAQ를 살펴보면 '내부 참여인건비 책정 불가'란 표시가 있다. 이걸 보고 있다가 근원적인 질문은 한다. '그럼 누가 일하고 누가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제안서 상의 참여 인력은 내부 인건비 책정 대상자이기에 지급하지 못하고 외부로 모셔오는 강사,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은 공모사업예산에서인건비성 예산을 집행받을 수 있다. 이.. 무슨 개같은 소리란 말인가. 이 에피소드를 읽고 당췌 그럴리가 없다 믿으시는 분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시면 대부분 맞는 말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회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사업제안서 상의 참여 인력을 최소화로 해놓고 그들은 명예, 나머지는 강사, 단기 아르바이트 인건비로 책정해서 실비를 챙겨주는 수 밖에 없다. 나는 솔직히 가끔 이럴 때마다 불쑥 대한민국 사회가 도약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유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의 확언적으로 믿는다. 자유 시장경제 속에 살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린 유교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돈을 경시하고 무언가 활동을 할 때 노동의 가치가 돈으로 합당하게 환산되기보다는 명예, 그리고 재능기부 등의 만족감으로 축적되어가길 원한다. '그게 진리인가? 온전한 진리를 나에게 강요하지마라. 난 내 능력과 노동에 따른 정당한 최소한 실비 대가를 받는게 내겐 진리다.' 뭔가 잘못 나가도 한참 잘못 나갔다. 이 한탄을 하면 공무원들은 규정이 어떻고, 제도가 어떻고 하는 말로 현장의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더이상 제도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왜 그런 줄 아는가? 본인들이 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처할 사항이 아니기에 제3자를 이해해주는 척 상황을 모면하고 내년도에 동일한 규정과 지침에 근거하여 공모, 위탁절차를 내면 된다. 또 불합리한 사항의 제도개선 요구가 들어오지만 그건 본인이 민간 사업자로 마주할 상황이 아니기에 버티기만 하면 된다.


최근 공공개혁 이슈가 스물스물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머지않아 학령인구가 줄고 기계가 대부분의 사무, 행정를 대체하는 날이 오면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 개혁의 가장 칼끝에 서있는 자는 누구일까를 예측해본다면 공무원 집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민관 협력을 연신 외쳐 대지만 가만히 보면, "민"+"관"+"협"+"력" 이란 합성어가 보고서에 들어가기에 미관상 아름답고 뭔가 있어보이는 풍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지레 짐작해본다. 관이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발주처가 관일 뿐, 그냥 사업파트너이지 대단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합당하게 투입된 만큼 비용을 보전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민관이 위탁, 공모 프로젝트에 관해 웃으면서 일하고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민관협력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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