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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09. 2023

여행 그리고 앙코르와트

여행의 짐은 가볍게! 사색의 무게는 진지하게!

215번째 에피소드이다.


여행의 짐은 가벼워야 한다. 비행기 탑승 전 내게 필요한 건 가방 한개 뿐이다. 그 흔한 캐리어도 없다. 귀찮게 짐을 부쳐야 할 뿐이다. 짐이 가벼우면 비행기타는 시간이 거의 대중교통과 유사하게 소요된다. 전자티켓발권을 하면 되고 통신사 로밍만 한 다음 바로 입국수속을 받으면 끝이다. 대략 삼십분도 채 안 걸린다. 가끔씩 내 이런 여행 스타일을 보고 누군가가 물었다. "아니, 그러면 뭘 입어" 내가 대답한다. "난 그냥 평소에도 똑같은 옷만 입잖아. 그게 내 옷의 전부야. 한벌만 더 들고 가면 되지 않나?" 여행의 짐이 가볍다고 사색의 무게 또한 가벼운 건 전혀 아니다.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역사와 문화, 경제, 산업 등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익혔다.


여행 중에도 '개인주의자' 성향이 불쑥 나오고 만다. 아니.. 가끔 스스로 '사회부적응자는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보곤 한다. 단체여행이기에 하루일정을 끝나고 빅마트에 들러 함께 회포를 풀도록 맥주 및 안주를 함께 고르자고 한다. 빤히 듣고 있다가 발길을 돌려 제로콜라 1캔, 종합과일팩 1개를 고르고 계산대로 향한다. "저, 술 안 마실래요. 저 빼고 드세요." 또 한번은 시엠립 번화가 거리에 도착해 펍을 함께 가자고 했다. 잠시 고민해보다가 "저는 혼자 커피 마시러 갔다올께요. 저 빼고 드세요. 다만, 끝날때 카톡 하나 주세요. 그쪽으로 합류해서 호텔까진 같이 가요." 그게 내가 개인주의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숙소로 들어가는 순간 절대 다시 나오지 않는다. 내 시간을 즐기기에도 바쁘기에 숙소에서 '맥주 한잔'은 내겐 너무 피곤한 일이다. 이번 여행에도 어김없이 내 속에 있는 '개인주의자'가 불쑥 나왔고 단체에 녹아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음을 스스로 직감했다.


캄보디아로 떠난지 5일째다. 강행군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왕립대학 세미나에 참석했고 폴포트가 자행한 킬링필드의 아픈 역사가 있는 투슬랭 고문박물관을 방문해 찬찬히 '인간의 아집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광기를 넘어 폭력과 잔인성으로 표출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그 이후 7시간을 달려 시엠립에 도착했다. 여기는 캄보디아의 심장인 '앙코르와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캄보디아 국기에 앙코르와트가 새겨져있는 것만 봐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크메르인의 영광의 시간인 크메르 왕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앙코르와트는 동남아시아 대부분을 지배한 흔적을 보여준다. 앙코르와트의 건축물 축조는 상당히 기이할 정도로 정교하다. 마치 수천개 피스로 구성된 퍼즐처럼 돌과 돌을 맞추고 해가 가진 신성함을 보이기 위해 서에서 동으로 건축물이 방향을 잡고 있다. 데칼코파니처럼 좌우대칭된 모습, 그리고 5개의 신전이 절묘하게 3개의 신전으로 보이게끔 설계한 건축물은 '신'과의 교감을 이루기 위해 상징, 묘사로 곳곳을 둘러싸고 있다. '신'을 만나러 가는 계단은 가파르기 그지 없다. 보조계단이 설치되어있음에도 경사가 가팔라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겐 힘든 코스다. 실제 계단을 보고 '보조계단마저 없었다면 난 신 만나지 말아야겠다. 신 만나려다가 내가 먼저 발 헛딛어죽겠다. 내가 신보다 더 소중하다.'라고 사념에 빠지곤 했다.


이 경이로운 신전이 프랑스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 그 탐험가가 느낀 놀라움을 타임머신이 있다면 꼭 느껴보고 싶다. 폐허처럼 방치된채로 신전 건축물 사이로 나무들이 뚫고 나와 기묘하게 어울린 모습은 현재 시점보다 더 심각했을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등재 후 현재까지 총 17개 국가가 끊임없이 건축물을 복원하고 기존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제거하고 등 각고의 노력으로 우린 앙코르와트를 볼 수 있다. 현재 캄보디아는 95% 이상이 불교국가이지만, 앙코르와트는 고대 흰두교를 기반으로 불교와 공존하는 모양을 보여준다. 벽화 곳곳에 그려진 '신'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바신'부터 중국으로 넘어가 손오공으로 각색되는 '원숭이신'도 발견할 수 있다. 인도부터, 중국까지 앙코르와트에선 다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셈이다.


내게 스스로 물음을 던졌다. '앙코르와트'를 짓고 통치하고자 했던 '왕'은 자신을 정말 신(또는 신의 대리자)이라고 믿었을까? 아니면 '인간'임을 알지만 통치를 위해 일종의 퍼포먼스를 자행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을까? 짧은 생각이지만 후자로 시작했지만, 전자로 변질되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각 시대의 지배자들은 입지전적인 자신의 삶을 드높이는 과정에서 절대자인 '신'이 필요했고 현대 기술로도 완전히 복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건축물을 축조해내며 그 과정 속에서 '신'과 '인간' 자신을 동일시하고 심취해서 착각 속에 살지 않나싶다. 수많은 역사 속의 황제들이 그 유사한 패턴을 보였기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를 넘어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를 사색에 빠져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인간은 권력을 드높이기 위해 비인간적으로 잔인해질 수도 있고 '신'과 자신을 동일시 시키는 행위로 끊임없이 보여줄 수 있다. 캄보디아의 폴포트와 앙코트와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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