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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04. 2020

선민사상 버리기

누구든지 각자의 특출난 재능으로 교육할 수 있는 협동조합

스물세번째 에피소드다.


오늘부터는 협동조합 관련된 에피소드를 몇가지 하려고 한다. 사회적기업이 내게 사회를 보는 창이었다면, 협동조합은 나를 단련시켜주는 대장간이었다.


협동조합은 대학 주변 마을공동체와 연계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학생 위주의 청년들과 주민들이 함께 출자하고 협동조합을 조직했다. 그 발단은 아래와 같다. '대학 속의 학교'라는 컨셉으로 상당히 성공적인 모델로 불렸다. 교육 관련 행사에 발제자로 나섰다. 교육 관련 발제를 다 하고 난처한 질문을 하나 받게 된다.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교육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교육.. 대학 속에서 일어나는 입시 위주의 학습지원과 대학전공 과목의 전문교육 이외에는

딱히 다른 교육방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한 교육이란 범주는 딱 거기에 멈춰있었다. 대학 정문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하나 주문했다. 아주머니와 잠깐 이야기를 하다가 카페의 터를 잡은지 십여년이 되었다 했다. 그리고 번뜩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커피 만드는 건 아주머니가 최고겠구나!'


'선민사상 버리기'

내가 지금까지도 가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세수를 하면서 하는 생각이다. 나는 사회운동을 했으며, 지금은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그런 공공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선민사상 버리기'다. 어느 정치인이 아침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이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혹시나 '선민사상에 빠지진 않았나' 무척 경계한다.


가난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했다. 그리고 결국 어떤 것을 성취해냈다. 그 이유가 누군가 아래로 볼 타당한 근거가 될 순 없다. 그렇다면 교육은 단편적이고 소위 폼이 나질 않는다. 엘리트들이 모여 결국 노력한 자들의 특권의식, 즉 엘리트의식에 빠진다면 지식은 딱 그 지식 의미만 가진다.


교육을 배운 자만이 할 수 있다는 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교육의 범위를 생각해보았다. 진로체험처가 필요하며 대학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생활 속 마을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플로어리스트 / 바리스타 / 사진작사 등은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대학 동아리보다는 대학 주변 가게를 오랫동안 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전문가였다. 그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처음엔 손사래치며 거절했다. 보통하는 말이 이렇다. "내가 어떻게 교육을 하냐고"


협동조합을 설립인가를 받고 지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우리동네 골목학교>라는 이름으로 런칭했다. 16년도부터 했으니 벌써 5년째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언택드 유니브>로 후배 조합원들이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하여 이사장으로 있다가 명예롭게 은퇴함)


교육 전선을 대학이라는 틀을 깨고 대학 주변의 마을공동체까지 넓혀갔다. 내가 가진 선민사상(엘리트의식)을 내려놓으니 교육이 달리 보였고 그 범위가 넓어졌다. 이후 주민공동체(자치위원회 등)과 꾸준히 거버넌스 측면을 확보해서 청소년, 청년들과 끈끈해져 갔다. 올해는 <언택드 유니브>로 진행해서 145명의 청소년, 청년들이 수강을 하고 있다 후배님들께 전해들었다.


선민사상을 버리는 습관은 생각보단 쉽지 않다. 나 역시 가끔 내가 배웠다는 이유로 '욱'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선민사상을 가진 분들이 정치 또는 공공에 있으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민사상을 내려놓으면 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며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혁신하자'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칠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사고의 폭과 시선이 혁신된다.


항상 길을 가다 폐지줍는 리어카 할머니들을 본다. 그리고 내 스스로 경계를 한다. 그들을 한없이 못 배웠기에 저러고 살고 불쌍하니깐 돈 몇 푼 쥐어주면 된다는 시선으로 보는지

아니면 그들의 현시점을 공감하고 진정으로 이해하며 같이 살아갈 우리 구성원으로 보는지 오늘도 선민사상을 버리기위해 노력한다. 난 단순히 누군가에게 군림하려고 밤새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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