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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12. 2023

풀코스(42.195km) 마라톤 도전기

오는 11월까지 꾸준히 거리를 늘리는 훈련을 하여 4시간 이내 완주 목표

236번째 에피소드이다.


사실, 얼마 전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작년도 가을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뒤 올해 상반기에 1번, 그리고 하반기 1번 이렇게 마라톤 완주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생각없이 달렸다가 큰 코 다친 하프마라톤으로 말미암아 보완한 것이 무릎보호대였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한번 말한 적이 있지만 난 하프마라톤이 20km인줄 알고 뛰었다가 마지막 1.1km가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다. 정확한 목표의식이 중요한 이유다. 이건 선험적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니 보완은 필요없었고 무릎보호대를 주문했다. 꽤 값이 나가는 걸로 주문했기에 상식적으로 양쪽 무릎(2개)이라 생각했다. 하필 신청해놓은 대구국제마라톤 전날 제주도 한라산 등반이 겹쳐 주문만 해놓고 후딱 백록담으로 향했다. 등산로도 잘 되어있고 선택한 코스가 전혀 힘들지 않아, 당일 잘 자고 전날 컨디션만 조정하면 문제없겠다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무릎보호대가 도착해있었는데 택배상자를 뜯어보니 '엥? 웬걸' 한쪽 무릎(1개)만 있는 것이 아닌가.. 황당해서 다시 주문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양쪽 무릎이란 말은 전혀 없었다. 결국 각각 사야하는 것이었다. 상황을 인식하고 바로 생각을 전환하여 '오른쪽 무릎? 왼쪽 무릎?' 어디가 더 뛰면서 아플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참, 단순하다 못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같이 무식하다. 심지어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끼고 러닝머신을 직접 뛰어보면서, 비교분석도 해보았다. 무릎보호대의 효과는 지대했고 양쪽만 다 낀다면 20분 이상 기록을 줄일 수 있겠단 상상에 잠시 빠졌다. '아! 맞다. 대구 마라톤이니 먼저 올라가서 자고 움직여야겠네. 주변 숙박시설 예약 좀 해볼까?'라고 들어갔다가 난 절망에 빠졌다. 미리 예약을 했어야하는데 모두 마감이고, 그마저 비용도 너무 비쌌다. '아놔....' 그 순간 생각을 부여잡았다. '아침8시부터 뛰기 시작하니깐 일찍 일어나서 기차타고 가서, 바로 뛰면 되겠네' 새벽6시 기차를 타야하니깐 알람을 새벽5시에 맞춰놓고 가방에 최대한 간단하게 대구역에 내려 하프마라톤 뛸 준비를 할 수 있게 챙긴 뒤 잠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6시20분에 눈을 떴다. "으악!" 어처구니 없이 두번째 하프마라톤은 날아가버렸다.


JTBC 마라톤대회는 11월에 열린다. 특이한 점은 풀코스(42.195km)가 아마추어에게도 열려있다는 것이다. 단, 5시간 내에 완주가 가능한 자여야만 한다. '내가 못 할리가 있을까?' 또 단순하면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사고회고가 발동해 사전예약을 했고 당첨되어 앞뒤가리지 않고 신청완료했다. 11월에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것이다. 목표는 정해졌고 그에 맞춰 남은 기간 몸을 만들고 완주하면 된다. 생각만 하고 고민하다가 '그때 해볼 껄'이란 대부분 하는 후회와 아쉬움은 최소 마라톤에선 없애고 싶다. 사회와 직장에서, 학업에서 그런 경험들이 쌓여갈수록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곤 했다. 4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걸 목표로 두고 남은 6개월 동안 몸을 만들어야 한다. 살짝 풀코스 마라톤 완주자에게 들어보니, 하프마라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풀코스는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 살면서 40km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을테니 생애 최초의 경험만큼 두려움과 위험함을 동반하는 건 없다. 군생활을 논산 훈련소 조교로 복무하며 훈련병들과 30km 행군을 한 것이 고작이다. 30km를 걷는 것도 발 다 까지며 겨우 걷는 작업인데 뛴다는 건 생각해보니 쉽게 상상은 안 간다. 제대로 몸을 만들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지고, 도전이 좌절로 그려질 뿐이다. 당장 해야겠다고 느낀 건 무릎 보호대 한쪽을 더 구입하는 것이다.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삶에서, 운동에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또 한가지는 조만간 하프마라톤을 한번 더 뛸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앞서 어처구니없이 결국 못 뛰었던 하프마라톤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거리를 늘리고 밖을 직접 뛰는 비중을 늘려야한다. 어제 밤늦게 도착해, 헬스장 종료시간으로 러닝머신을 뛸 수 없어서 건너뛸 고민을 하다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러닝화를 신고 밖을 나갔다.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밖은 똑같은 거리를 뛰어도 러닝머신보다 확실히 3배는 더 힘들다. 땀이 비오듯이 났지만 밖을 직접 뛰고 한번에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거리를 늘려야 한다. 하프마라톤같이 20km 이상을 평상시에도 완주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몸상태로 적응시켜놔야 그 2배 거리인 42.195km를 이 악물고 하루정도 몸이 고생하더라도 한번쯤 도달할 수 있는 가시적 목표치로 만드는 준비 작업이 필수다. 5km만 뛰다가 42.195km를 완주한다는 것은 '무리'를 넘어선 '무모'인데 20km를 뛰다가 42.195km를 완주하는 건 조금 '무리'해서 해 볼만한 목표다.


번외로 약간 걱정되는 건? 사소하지만 내가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프마라톤을 뛸 때 귀에 에어팟을 끼고 핸드폰을 잡고 유튜브 컨텐츠를 틀어놓고 뛰었다. 슈카월드와 같이, 들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뭔가 시사상식을 얻을 수 있는 걸 들으며 완주했는데 지루함이 없어 좋았다. 근데 에어팟이 4시간을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이것에 대한 대책이 좀 필요하겠다. 갑자기 충전을 해야하면... 에어팟이 없는 그 공허함이 너무 지루해 페이스를 완전히 망쳐버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이 온전히 나 자신과의 싸움, 앞만 보고 달리는 마라톤은 상상만 해도 너무 고통스럽다. 분산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 하프마라톤에선 내 귀에 에어팟이 필수였는데, 풀코스에선 또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봐야한다. 나를 내가 잘 알기에 약간 정신줄을 놓고 딴 생각하다가 도착해보니 완주했더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정상적이면서 적합하단 걸로 끝내야 한다.


풀코스 마라톤은 올해 한번 완주해보고 당분간은 안할 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근데 올해는 그냥 완주해보고 싶다. 매일 하루 퇴근하고 뛸 때면 내 몸속에 쌓인 노폐물, 그리고 스트레스들이 모두 배출되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좋아 뛰다보니 체력도 올라왔고 하프마라톤도 그리 힘들지 않게 뛸 수 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 그리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계속 움직이는 다리가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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