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한잔의 여유 Jul 18. 2023

선물보단 누군가에게의 나 확인하기

생일 때만 되면 내게 오는 메세지, 난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

249번째 에피소드이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크게 감흥은 없다. 그저 365일 중 하루로 치부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렇지 않은가보다. 우선 엄마는 밤까지 음식 만드는데 집중하며 "엄마가 널 낳을 때 그렇게 더웠는데 지금도 너 먹일려고 음식만든다고 땀이 다 난다."라 말한다. 나도 눈치는 있는지라, 들어와서 평소에 먹지 않던 아침밥을 내일은 꼭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캘런더에 '가족식사' 일정을 추가해놓는다. 아빠는 저녁시간은 비워두라고 말했다. 평소에 밥을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편이지만, 아들 생일에는 꼭 같이 저녁은 먹어야 하나보다. 그렇게 내 생일 아침, 저녁은 강제되었다. 사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 나조차도 그렇게 특별히 생각하지 않은 생일에 많은 축하메세지, 선물들을 보내준다. 1년에 하루인데 그때 받은 카카오톡 선물로 1년이 지나도 다 못쓸만큼 주니,, 사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럴때마다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를 계속 떠올리며 살아간다.


축하메세지도 제각기이다. 누구에겐 대표님, 누군에겐 팀장님, 누구에겐.. 수없이 많은 이들을 해왔고 거기서 맺은 인연들이 모두 다르다. 해왔던 직책, 역할들이 다르니 그들에게 난 그때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 일했고 이제는 친구를 넘어, 동지들인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 그 때, 그 순간에 머무르며 나와의 인연을 지키며 유지하고 있기에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들과의 추억이 소중한 건 나도 마찬가지기에 기억을 더듬어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축하메세지가 꽤 많이 오는 편이라 점심에 한번, 저녁에 한번 몰아서 답장하는 편이다. 그래서 카톡, 문자가 오는 걸 확인해도 그걸 읽지 않는다. 혹시나 눌렀다가 답장할 때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며, 때론 고맙기도 하고 때론 반성하기도 한다. 과거의 내가 가졌던 특징들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구차한 핑계로 옅어지고 사라진 모습과 마주할 때 반성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생일은 과거의 나와 마주한 순간이며, 얻고 쌓아가는 과정보단 잃고 옅어져가는 과정에 대한 회한과 반성의 의미가 더 큰 날이다.


내게 선물 주시는 분들도 너무나 감사하지만, "생일 축하해"란 짧은 문장보단 나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보내준 장문의 메세지가 더 감사하고 중요하다. 그 과거의 나와 마주할 수 있는 1년 중 흔치 않는 기회이다. 그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내 모습을 온전히 다시 찾고, 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 크게 변하지 않았어."


"다른 사람의 의견이 너의 현실이 될 필요는 없다" <레스 브라운>


작가의 이전글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 유토피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