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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10. 2023

청년들이여, 탈 지방해보라

열등감을 원천을 제거한 액션, 그것이 근원적으로 로컬을 살릴 수 있다

253번째 에피소드이다.


오늘 기술하고자 하는 내용은 일부에겐 공감이 갈 것이고, 대부분은 공감하지 못할 수 있는 내용임을 밝힌다. 다만, 로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 지역인재 확보에 대한 이슈들이 수없이 제기되어 당돌한 아젠다를 하나 제시하고 싶어 남긴다. 로컬(Local)이란 그렇듯한 외국어로 표장했지만, 지방 또는 지역으로 해석하면 그 느낌은 인정하긴 싫지만 격하됨을 느낀다. 그 느낌 그 자체가 브랜드이며 가치와 비교우위 전략에서 이미 수도권이란 키워드에 밀렸기에 로컬 또는 그걸 수행하는 이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살짝 비틀어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고 본다. 본질적으론 끝없이 지방에서 로컬 크리에이터 그룹은 존재했지만 그걸 명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을 뿐이다. 청년유출, 탈 지방이란 단어는 지방에서 살면서 끝없이 듣는 진부한 아젠다다. 아마 끝나지 않는 정책구호이자 프로파간다로 전락할 것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은 영웅을 낳고 영웅의 좌절과 실패는 감정을 모으고 잠시 잠깐 행복감으로 전이된다. 다만 현실 자체는 전혀 변화되지 않을 뿐이다.


내 기본적인 경험에는 부산에서 태어나 경북대를 진학한 특이한 이력에서 출발한다. 익숙한 지방에서 미지의 지방으로의 개척은 수없은 내재적 역량강화를 이루었다. 다만, 근원적인 열등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내 근원적 열등감은 딱히 경쟁해보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자만심에서 시작되었다. 전국에서 3개 학교가 신입생 환영회를 하면 곡소리가 난다. 지역거점국립대로 불리는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가 그들이다. 신입생 때 선배, 동기들끼리 술한잔 기울이다보면 꼭 이 얘기가 나왔다. "내가 말이야, 원래 여기 올 사람이 아니었어. 수능을 망쳐서.. 하필 뭔가 원서가 잘못되어서" 등등 수도권 유수의 대학을 가지 못한 응어리들이 표출되었다. 회고해보면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장학금'에 매몰되어 선택한 대학과 전공은 평생의 발목을 잡았고 가끔 열등감을 푸는 방식은 "장학금만 아니었으면 내가 수도권 대학을 선택했을텐데"란 합리화 논리로 귀결되곤 했다. 그 열등감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몸속 깊숙이 자리잡는 건 앞서 언급한 '딱히 경쟁해보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자만심'에서부터다. 위에서 언급한 3개 학교는 지역에서는 최고의 인재이다. 어딜가나 대우를 받고 어딜가나 사랑을 받는다. 참, 그게 쉽다. 지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건 창창한 미래이자 지역발전을 이끌어갈 인재다. 하지만, 쉽게 얻은 그 성과는 열등감을 넘어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존한다. '내가 여기선 꽤나 잘 나가고 먹히는 편인데 수도권에서도 똑같이 먹힐까?' 나는 이 감정을 꼭 극복해야 로컬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근원적으로 열등감에서 벗어난 건, 서울에서 지내며 대학원도 다니고 직장도 다닌 시점부터다. 대학원 진학은 대학입시 때 '장학금'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끝내 선택하지 못했던 대학을 선택해 한을 풀었다 여겼지만, 열등감과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은 해소되지 않았다. 되레 직장을 다니며 내가 겪고 마주한 곳에서 서서히 쉽게 풀려갔다. 서울에서 일하며 만난 대부분은 수도권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였고 그들과 협력, 경쟁을 하며 동료애와 함께 리딩해보고 팔로윙해보았다. 그때 무슨 감정을 느꼈냐면, (속된 표현이지만 감정선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그대로 사용) '어? 뭐.. 별것아니네.' 즉, 내가 본질적으로 타고났고 쌓아온 능력이 지역에서만 먹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수도권 유수의 대학을 나온 이들과도 경쟁해서 먹힐 수 있다는 그 느낌을 가져본 자만이 그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열등감에서 벗어나며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은 일시에 사라졌다. 나는 이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향을 사랑한다며 지방의 최고인재가 되어 한시도 그 지역을 떠나보지 않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과 두려움은 결코 그 어떤 무엇으로도 해소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만나는 청년들에겐, 나는 탈 지방을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다만, 그들에게 강요할 순 없지만 그들이 그 경험을 가지고 다시금 로컬로 돌아와 열등감에서 온전히 벗어나 바꿔보자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그 이후 다시금 지방에서 와서 살고 있다. 확실히 열등감과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 이유는 언제든 수도권에 가서 다시 붙어도 뒤쳐지지 않을 자신감, 그리고 실제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별것이 아닌 것이라 느낀 순간부터 그건 정말 별것이 아니게 된다. 나는 이런 지역인재에게 로컬의 미래를 걸고 싶다. 또 지자체에선 청년유출에 대한 순간적 통계의 공포를 벗어나 탈 지방을 인정하고 그 경험을 이겨낸 지역의 청년인재가 다시금 로컬로 돌아와 올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보는 편이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 몇몇 분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미묘한 차이가 본질적인 로컬과 수도권이란 브랜드 가치의 비교우위의 격차를 좁히며 '공간이 곧 실력이 아님'을 포지셔닝해가는 과정으로 확장되어 갈 건 틀림없다.


열등감과 두려움에 사로 잡혀, "못 간 것이 아니라 안 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정말 실제로 "가봤더니 별것 없고 똑같아. 경쟁해보니깐 똑같이 먹히던데?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그냥 안가고 여기서 먹고 살래"라 하는 지역인재가 넘실되는 로컬의 미래가 그나마 밝다. 로컬에서 먹히면 수도권에서도 먹히는 걸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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