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서울 마라톤, 42.195km 풀코스 D-5
풀코스 마라톤 열풍이 드세다. 최근 연예인 및 유명인들의 풀코스 도전기가 한창이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배우 류준열 씨다. 4시간 54분 39초로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풀코스 완주를 위해 꽤 오랜 시간 준비했다고 전해들었다. 5시간 안팎의 기록은 세우기 쉽지 않기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 세운 대기록이다. 그 다음 바톤을 이은 건 기안84이다. 4시간 47분 08초만이다. 이 과정을 방송으로 담아 포기하지 않고 끝내 해내는 감정을 주었다는 평이 많다. 그리고 유명 정치인인 안철수 씨는 무려 4시간 33분 04초만에 풀코스를 완주하였다. 더 체력적으로 부침이 많을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단련한 신체와 함께 정신력으로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풀코스 마라톤 열풍은 이제 곧 내게도 온다. 오늘 JTBC 서울 마라톤 패키지를 개봉하고 코스를 찬찬히 봤다. 풀코스를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기에 풀코스 참가자 A,B,C,D 그룹 중 D(기록 미보유자)에 속해 달리게 된다. 아무래도 A,B,C 그룹은 경험도 많고 기록도 중요하니 완주가 목표인 나와 같은 분류는 가장 후발대인 D그룹으로 출발해서 처음 페이스 형성에 방해가 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오전8시부터 시작해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달리는 코스이다. 얼마 전 경주마라톤에서 오르막길의 공포가 다시 올라와 코스 내 고저도가 나와있는 상세 지도까지 확인했다. 10km 지점에서 13km가 고비일 듯 싶다. 고도가 꽤 상승하는 구간이 표시되어 있는데 여기서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구간에서 지쳐 걷는다면 이미 페이스는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아마 5시간 내 들어오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무조건 견뎌내고 계속 뛰어야한다.
무릎보호대는 항상 쓰던 것을 쓰기로 했다. 아무래도 비싼 것보단 가격은 좀 더 싸지만 항상 쓰던 것이 훨씬 편한 것 같다. 그리고 초콜릿같이 중간 중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낼 에너지원을 준비해야겠다. 하프마라톤도 마지막에 죽을 맛인데 풀코스는 초주검이 될 것이 뻔하고 완주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최근, 토요일마다 안랩샘 아카데미에서 DX와 SW AI, 제품개발 프로젝트 매니저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공학을 전공했음에도 그 분야로 직업을 살리지 못한 일종이 한과 함께, 외연을 넓히는 역량강화의 측면이다. 거기서 달리기 기록측정 앱 개발 관련 과제를 선택해 디펠롭을 하는 과정에서 코치님이 내게 물었다. "왜 달리기 기록측정 앱이에요?"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아 제가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좋아하는데, 달리기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 마라톤대회에 계속 나가고 있고 그때마다 달리기 앱이 대회마다 다르던데 뭐가 좋은지, 나쁜지 제 눈에 계속 보여서요." 코치님이 "그게 유저의 경험이니깐, 너무 너무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 같네요"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달리기 기록측정 앱도 유저의 경험으로 볼겸 풀코스 마라톤 참가자로 달리는 것에 1% 존재한다.
난 이전 에피소드처럼 꼭 완주할 것이다. 우선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에 질 수 없기도 하고, 이제 평생은 자유롭게 달릴 수 없는 아버지를 위해서이기도 하며 어느덧 불쑥 다가온 올해의 마지막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한 피날레이기도 하다. 기록은 조심스레 4시간 40분 대를 예상해본다. 하지만 내친 김에 30분대로 꼭 들어오고 싶다. 이번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면 웬만해서는 풀코스는 절대 안 뛰려고 한다. 왜냐하면 정말 죽을만큼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평생 딱 한 번에 준하는 엄청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춘천마라톤이나 대구마라톤, 부산마라톤 등 도시를 돌며 하프마라톤은 꾸준히 참여할 생각이 있다. 도시를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