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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09. 2020

60대 Mr.Lee 사무국장

20대에는 리더십보단 팔로우십이 중요하다

스물여섯번째 에피소드다.


약 한 달만에 글을 쓴다. 국회 국정감사, 예결위 준비를 도우며 한달이 어찌 지나간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팔로우십을 발휘해 최대한 배우고 깨지면서 실력을 키우는 시기라고 곱씹었다. 난 여기서 초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배우려는 자세로, 경험많은 이들의 사고와 방식을 경청해야 한다. 일정기간이 지나고 나면 또 짬밥이 생겨 걸러들어도 될 말, 새겨야할 말들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팔로우십을 발휘할 시간이다.


오늘은 팔로우십에 관한 이야기다. 20대 초반 사회적기업가로 얼떨결에 이사회 운영을 맡았다. 살림살이를 챙기는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경영학 전공서적을 찾아보면서 직원들에게 설명해주는 웃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매출은 늘었고 직원도 늘었지만 난 그저 열정만 많았던 젊은 활동가였다. 이사회 의견을 거쳐 사무국장을 중역으로 모셔오기로 했다. 채용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다가 Mr.Lee를 만났다. 광역자치단체에서 4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60대로 예산관련 업무를 주로 한 베테랑이었다. '이 사람이다.!' 면접을 보면서 모셔와야겠다고 확신했다.


23살의 CEO(사무총장)과 65살 사무국장은 언밸런스했다. 영화, '인턴'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확장은 사실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공부방 설립을 원했던 나에겐 당황스럽고 두렵기까지 했다. 상근활동가(직원)은 23명까지 늘어났고 비상근활동가(자원봉사자)는 500여명이 되면서 어깨에는 '재미'보다는 '책임감'이라는 글자가 짖눌어 밤새 잠을 설치기 일수였다. 그렇다.! 나는 팔로우십 없이, 리더십을 바로 경험해본 것이다.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면 나는 후회한다. 팔로우십을 먼저 배웠으면 어땠을까? 팔로우십 없는 리더십은 위기에 나약하고 견고하지 못하다.


그때마다 Mr.Lee는 사무국장으로 관록과 경험으로 떠받쳐주었다. PC문서작업이 서툴고 함께 야근을 하기엔 체력적으로 힘드셨지만 위기의 순간 어른의 무게는 빛났다. Mr.Lee와는 서로 존댓말을 쓰며 3년 간 함께 했다.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셔서 병 간호에 전념해야 했다. (Mr.Lee와는 퇴사 후에도 어른으로 잘 모시며 집안 경조사를 챙기는 사이로 현재도 유지)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창업을 권유하고 리더십을 강조한다. 나는 이 분위기가 솔직히 불편하다. 모두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고 팔로우십이 없는 리더십은  위기에 나약하고 견고하지 못하다는 믿음이 있다. 전쟁터인 삶의 현장으로 리더십을 강조하며 내몰고 있는 창업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천천히! 배우며 팔로우십을 쌓은 다음에 리더십을 발휘해도 우리 인생은 충분히 길다.! 그리고 그렇게 발휘되는 리더십은 나를 빛내기 위해 오늘도 고생하는 팔로우들을 내가 있게 하는 숨은 주인공으로 인지하며 그들의 공로를 진정으로 감사해 할 수 있다. 이것이 결여된 '리더십'은 스타병에 걸린 '독선주의자'에 불과하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내한하여 특강을 한 적이 있다.

10대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라. 어차피 아는 것이 없다.

30대에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해라. 그래도 되는 시기다.

40대에는 30대에서 했던 일 중에 가장 잘하는 것을 해라. 이제 탐색할 시기가 지났다.

50대에는 후학양성을 해라.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준비를 해라.

60대에는 손자, 손녀 재롱을 보면서 놀아라.

10-60대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 20대는 무엇을 하라고 했는가 하면, 20대에는 누군가를 따라봐라. 따라봐야 진정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보통 리더가 되라고 하지, 팔로워가 되라고 하지 않지 않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따라보면 두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생긴다. 먼저, 리더십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좋은 리더를 만나면 그 리더십이 탐난다. 다음은, 절대 피해야할 리더의 덕목이 생긴다. 최악의 리더를 만나면 피하게 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지금 이 순간 어느 그룹에서 항상 리더보단 팔로워의 위치에 있어 자괴감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팔로우십이 쌓아야 진정한 리더십이 생긴다. 그러니 기죽지 마라.!


당신의 시간이 앞으로 오고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스타트업CEO,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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