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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12. 2020

협동조합에는 협동이 없다.

협동조합 실태조사

스물다섯번째 에피소드다.


주민과 학생들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대구시에서 협동조합정책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심의위원 임기는 2년으로 연간 4회 이상 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책결정을 할 수 있었다.


위원회 소집이 되고 처음 맞닥들인 과제가 바로 '협동조합 실태조사'였다. 중장기적 정책수립을 위해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하는데 모수를 대한민국 전체 단위로 실시하다보니 지자체 단위인 대구는 수립된 정책이 제대로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최초로 시작된 '대구시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하자는 내용이었고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연구용역 주관을 맡아 진행하였고 단순 심의위원으로서가 아닌 협동조합 이해관계 당사자로 설문 내용과 조사방식, 조사요원 교육, 수집과 분석과정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깊숙이 관여하여 전수조사 개념으로 실시된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함께 했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골자로 표시한 "협동조합에는 협동이 없다."는 것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협동조합의 다수가 심각한 경영난과 함께 의사결정 구조에서 민주주의성을 잃었다. 아예, 갖추지 않았거나 1인1표의 의사결정구조가 가지는 의미를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인 협동보단 이해관계의 컨소시엄 협업의 의미가 더 커진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보고서를 다시금 심의하는 위원회가 열리고 정책수립을 위한 제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사실 할말이 없었다. 상당수의 협동조합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는 무엇을 하는가.


협동조합 기본법으로 질적 양산만 가속화되고 있는 협동조합은 본연의 목적보다 실리적, 정량적, 정무적인 판단을 위해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고 있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누군가가 지적할 수 있겠으나, 가슴의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내가 위에서 할 말은 제대로 반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음 에피소드에선 말레이시아 협동조합, 대한민국 학교협동조합 이야기를 조금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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