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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19. 2021

청년상담-부모와 타협선: 작은 성공

몸은 힘들지만, 결국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시나리오

마흔여섯번째 에피소드다


당분간 청년상담을 했던 것들을 각색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청년들이 고민하는 점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냉철한 조언을 주려 노력했습니다.



Episode 8. 부모와 타협선: 작은 성공


 카페에 앉아 상담요청하신 분의 고민 글을 읽기 직전에도, 제 부모님의 걱정 어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 나이가 서른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는 저는 늘 어린아이인 듯합니다. 그렇듯, 부모와 자녀는 평생을 서로가 서로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사실 오늘 질문은 간단명료하며, 저 역시 겪어본 또는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담요청하신 분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았고 (또는 찾고 있고) 용기 내어 보려는 찰나에,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길 원하시고 보수적이고 완강하시군요. 그렇다보니, 가끔 부모님 말씀 때문에 불안해지고 의기소침해지시기도 하군요. 결국,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설득하고 상담요청하신 분이 추구하는 길을 갈 수 있는지 궁금하신가 봅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균형 잡기의 중요성’입니다.

제가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청소년(및 청년)에게 조언하던 어투에서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바로 ‘부모의 이해를 동반한 자신의 선택’입니다. 20대 초반에는 ‘네 맘대로 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지금 회고해보면 완전한 정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란 공동체가 유지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균형 잡기는 필수입니다. 

    

 부모의 은퇴시기, 건강상의 변화는 전 세계 어느 부모를 막론하고 자녀에 대한 걱정 어린 사랑으로 변합니다. 그것을 보란 듯이 밀어내기만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가족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입니다. 

    

 저는 상담요청하신 분께 말씀드립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우선 면밀히 검토해보세요. 밀어내지만 말고 그 속에 담긴 것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해보세요. 본인에게 현실적인 방안일 수도 있고 상당부분은 분명히 일리 있는 구석이 있을 겁니다. 그런 다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업(業)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비교해서 분석해보세요. 일종의 SWOT분석과도 비슷할 겁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만약,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업(業)에 대한 자신의 능력충분, 시장환경의 전망, 직무의 지속가능성, 연계할 수 있는 또 다른 직업군 등의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고 본인 스스로 정말 확신이 든다면, 부모에게 타협선을 제시해보십시오. ‘작은 성공’을 보여주는 겁니다. 

    

 일종에 ‘몸은 힘들지만, 결국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시나리오’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은 공무원이 되길 정말 원하고 본인은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면 과감히 공무원 학원에 등록하시고 패션디자인 관련 공모전은 새벽에 잠을 줄여서 하세요. 자신이 재능이 있다면, 작은 성공(공모전 수상 등)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그러한 작은 성공을 은근슬쩍 계속 부모에게 던져주십시오.    

 

 본인의 몸은 정말 힘들 겁니다. 그렇지만, 부모도 작은 성공들을 계속 보다보면 자녀에게 확신을 가지게 될 겁니다. 부모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응원하겠으나, 머리가 그에 따른 적절한 근거자료가 계속 보여 지지 않으니 현실에서 자녀를 응원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것을 깨는 균형잡힌 타협을 권합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본인이 어느 회사사장이라고 생각해보고 어떤 분이 와서 “이건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러니깐 이 상품을 사달라.”라고는 하는데, 그쪽 분야에 대한 경험과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덜컥 그 상품을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반면에 꾸준히 그 상품의 우수성에 대한 특허, 언론보도 자료를 꾸준히 보여지면 어느 순간 그 상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과정은 정말 굉장히 힘듭니다. 어떤 일을 하는 노력의 2배 이상이 듭니다. 다만,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결국은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로 갈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맞습니다. 저 역시, 지방거점 국립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 졸업하였으나 모두가 간 길을 가지 않고 다른 경로로 틀면서도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결국은 인정받아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된 과정이기도 합니다.     


 냉정히 말하면 위와 같은 용기도 없다면, 철저히 포기하시고 완전히 타협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런 과정이 끝나면,

부모가 자녀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접냐구요? 아니오. 절대 그리고 평생 그러지 않을 겁니다.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부모는 자녀를 평생 지켜줘야 하는 아이로 생각할 겁니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요상스런 공감대는 생길 겁니다.      


 부모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되레 나보다 더 약해지고 아이(치매 등)가 될 무렵이 있을 겁니다. 그때는 자녀가 부모의 부모가 되어주어야 할 겁니다. 가족이란 공동체를 중요시 여기세요. 이 순간, 부모의 말이 고리타분하고 답답할지라도 언제나 본인의 편은 부모일 겁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을 수용하고 일부 타협하면서 그에 맞게 본인의 길로 살짝살짝 방향을 틀어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오늘도 부모의 전화가 울리면, 기쁘게 받아주세요.     

 당신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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