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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Feb 25. 2021

To. 학교 후배들에게

애매한 능력, 오래 일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죽도록 하는 연애

쉰여덟번째 에피소드다.


19년도에 경북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OB대표 발언을 담았다. 후배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오늘 경북대학교 로봇연구회(ROBO) 홈커밍데이가 열렸습니다. 학과 자체가 너무 많기에 과동아리 단위로 동문회 성격으로 열립니다. 로봇동아리에서 밤새면서 로봇만들고, 코딩하고 그리고 가장 많이 야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해는 선후배가 약 90명이 모여 진짜 많이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준비한다고 고생한 손유상 회장 후배님, 추교범 회계 후배님 감사합니다. 영광스럽게도 모두 앞에서 OB 대표로 말하게 되었습니다. 손유상 회장님이 저에게 연락이 오셨을 때 결국 기계공학 전공을 살리지 않고 진로를 선택한 다양성 측면을 말해달라고 느껴서,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후배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 다닐때 학과에서, 동아리내에서 유명인사였습니다. 소위, <이 놈은 망하거나 아니면 되게 잘되거나> 그런 부류 였고 저는 반드시 잘 되어서 후배님들께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진로를 바라보고 공학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후배님들도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선례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 OB 대표 발언


첫째, 여러분의 애매한 능력을 소중히 여기세요.

여기 계신 많은 후배님들 중에서 과수석을 하거나 공학천재들도 물론 있을 겁니다. 그런 후배님들은 기계공학과에 너무나 잘 오셨고 축복 받으신 겁니다. 그 소수의 분들을 제외하고서는 우리 모두 애매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학창시절에 공부 꽤나 했으니, 우리 대학 우리 과에 입학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웬걸.. 알고 보니 공학 공부가 이렇게 어렵고 전공책은 한 페이지가 넘어가기도 어려운지.. 그리고 하필, 영어야.. 자괴감에 빠지셔서 ‘과연 내가 이 학과에 온 것이 맞는 것인가.’ 전과/자퇴/편입 등을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제가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애매함을 폭넓은 관점을 가진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 그런 분들은 공학 이외에 특정분야에 발군의 능력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그 능력과 공학 속의 균형에서 그 애매함을 유지시켜 보시면, 후배님들은 나중에 폭넓은 관점을 가진 사람이 되실 겁니다. 저 역시, 비슷한 유형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항상 모의고사를 치면 화학보다 국사가 더 쉬웠죠. 대학을 왔습니다. 그리고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기계공학과에서는 ‘너는 정말 문과같이 생각하는구나.’ 라고 했고 경영학과에 가면 ‘넌 정말 공돌이같이 과제를 하는 구나’ 사회에 나와서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사회적기업 분야에서 봉사활동하는 곳에 가면, 저를 너무나 기업가 같다고 말하며 투자받는 곳에 가면, 저를 너무나 봉사활동가같다고 말합니다. 저는 어디서나 한 분야에 특출나지 못하고 애매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애매함이 저를 성장시켜 주는 동력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분야에 획일적으로 치우지지 않았기에 누군가가 발표하거나 대외적인 표현을 할 때, 저의 까칠하고 다른 시각을 의식해 조심하며 항상 제 의견을 묻고 토론의 최적화 상대가 되어버립니다. 애매한 능력이 다양한 관점을 만들며 후배님이 사회에 쓰이는데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 애매함을 소중히 여기세요.


둘째,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제가 최근에 대구시에서 청년 상담을 합니다. 저는 그러면, 몇가지 이야기 안합니다. 거기서 약간 서장훈 같은 캐릭터입니다. 현실 속 이상주의자라고 해야 하나요? 철저하게 타협하자고 하기도 하며 잠을 줄여서 노력하라는 소위 꼰대같은 말을 하기도 합니다. 상담이라기보다는 혼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곳에 오시는 분들은 대학생이 아니라, 장기 미취업준비생이시거나 수많은 이직을 통해 이제 어디 갈 곳을 방황하고 계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그곳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일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후배님들께 감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후배님들도 고등학교 때 대학이 경쟁의 끝인 줄 알았는데, 대학에 입학하니 출발선이라는 것을 하셨듯이 사회에 나가시면 또 출발선이고 또 출발선이고 무한정 반복되는 출발선에 놓여있다는 겁니다. 그 가운데서 여러분의 쓰임새를 사회에 증명하는 길은 오래일할 수 있는 일을 하셔야, 30, 40대 심지어 50대에도 쓰임새가 있다는 겁니다. 한 분야에서 최소 10년은 일해야 전문가라고 유세를 떨어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삼성을 가서 2년 만에 퇴사하고 노량진 가는 것보단, 삼성보단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사회에서 여러분들이 꾸준히 쓰이는 길입니다. 이유는 너무나 잘 알고 계시듯,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인해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며 기계와 일자리 쟁탈전을 해야 합니다. 또한, 원잡(One-Job) 시대는 완전히 끝났으며 투잡(Two-Job)은 기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러분의 가치를 입증하는 길은 직무방향성, 즉 전문가의 길입니다. 결국, 회사 간판의 숨어 있는 건 오래 못 갑니다. 회사 간판을 떼고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겁니다. 그리고 번외인데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비교는 하지 맙시다. 비교를 하려면 제대로 하면 좋겠습니다. 전문분야를 선택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되는데, 잘못된 비교로 항상 인생을 괴로워하며 살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여기 08학번 동기생들도 있지만 제가 대학시절에 공부 좀 잘했습니다. 성적으로는 최상위였는데 저는 공학계열로의 진학 선택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삼성, LG, SK 등에서 일하지 않고 제 기업을 창업해서 삼성 월급의 60% 정도의 수준을 받고 열심히 하루를 삽니다. 그게 제가 곰곰이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었고 책임입니다. 그래서 그 뒤에 동기생들을 만나 연봉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아..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듭니다. 제 동기생들은 제 비교군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비교군은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되는 유명한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일 겁니다. 제 목표는 나중에 오십 되기 전에 막사이사이상을 받는 것입니다.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고 불리는 상인데, 대한민국에서 역대 몇몇 분만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만약에 저와 함께 알고 지내던 유사 동종업계 분이 그것을 받는다면 저는 너무 부러워서 밤에 잠도 안 올 것 같습니다. 그것마저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게 일에 대한 성취욕이 없는 것이죠. 욕망의 비교대상을 잘 설정하고 제대로 된 동기부여를 하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가십시오.


이제 마지막입니다.

연애를 죽을 만큼 열심히 하세요. 이런 이야기하면, 저 때문에 웃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제 생각은 항상 확실합니다. 저희 공부 열심히 하고 돈 버는 이유는 내가 한눈에 뽕 간 남자, 여자 꼬실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다 운 좋으면 결혼하는 것이고요. 연애를 하면 좋은 이유가 여러분이 얼마나 찌질해질 수 있는가를 알게 된다는 겁니다. 친구들끼리 카톡을 하다가, 제가 보냈는데 그 친구에게서 답변이 안 옵니다. 신경이나 씁니까? 근데, 내가 한눈에 뽕 간 여자가 카톡을 보냈는데 3시간째 답변이 없어. 그러면 오만상상을 하죠.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오늘 너무 진도를 한꺼번에 나가서 음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별별 상상을 합니다. 근데, 그녀는 그냥 일찍 잠에 든 거죠.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이 얼마나 멋져질 수 있는지, 그리고 성취할 수 있는지를 아는 데만 익숙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공부를 잘하다 던지, PT발표를 멋지게 해서 청중들의 호감을 산다던지 이런 과정은 우리들의 반쪽짜리 모습이 겁니다. 결국, 밑으로 우리가 얼마나 찌질해질 수 있는 방법은 익숙하지가 않은데 그것은 ‘연애’를 많이 해보면 해볼수록 제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밑으로, 위로의 내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알 때,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그릇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 이것은 못하는 일’ 또는 ‘아! 이것은 내가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일’ 등의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죽도록 하십시오. 우선, 주변부터 스캔하시고 없다면 이 공대 음침한 곳을 벗어나 경북대학교를 뒤지시고 없으면, 지하철 잘 뚤려 있으니 영남대학교, 계명대학교도 가시고 대구대학교, 대구카톨릭대학교도 가십시오. 그래서 죽도록 닥치는 대로 만나세요. 연애는 사업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연애사업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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