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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Mar 05. 2021

다시 여의도로 가다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

예순번째 에피소드다.


신변잡기적인 글이 많아 맥락을 다시 잡아보자면 이십대에는 스스로를 사회적기업가 또는 시민운동가로 불리길 자처했으며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투신했다. 이십대 후반에 갑작스레 보수정당 혁신위원 영입으로 정당에 몸 담았고 그전까지 몽땅 들었던 칭찬보다 훨씬 더 많이 비난과 욕을 들었다. 심지어 바로 뒤이어 진행된 6.14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 중앙선거대책위원을 맡아 처참하게 패배했다. 그 패배는 내게 어떤 심대한 전환점이다. 현장에서 처참하게 쓰러지는 후보들을 보며 내 스스로 반성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존재목적은 승리였는데 그 승리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러고도 나는 온전히 멀쩡했다. 그게 정말 미안했다.


낙선한 후보들의 삶은 처참하다. 기초,광역의원들은 후원금을 모을 수 없기에 자비로 선거를 치룬다. 15%를 넘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넘지 못하면 파멸이다. 물론 정치하려는 사람은 배포와 배팅은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못해 냉정하다. 돈도 없어지고 사람도 잃는다. 낙선한 후보 곁에는 아무도 없다.


나도 대구에 내려와 한동안 생존을 위해 돈을 벌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정치권을 멀리했다. 보수정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수립되고 청년특별위원이란 제의했고 이름만 올리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쌓아온 커리어가 좋은 편이니 그들도 원했고 나 역시 손해볼 건 없었다. 그렇게 유령 청년위원으로 있었다.


다시 여의도로 가게 된 건 미묘하게도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인재영입위위원회에서 내게 인재영입위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요청이었고, 또 하나는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새로 취임한 김세연 전)국회의원 때문이었다. 둘 다 내게 맡아달라고 한 건 청년 분야였다. 인재영입위원회에는 6.14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청년 후보들의 마음을 돌리는게 내 역할이라면 그것만 하겠다고 했고, 여의도연구원에는 청년정책센터를 맡았다. 김세연 전)국회의원에게 고마운 건 믿고 맡겼으며 유명무실하게 하지 않으려고 객원연구원 채용, 예산 분배 등을 허락했다. 어찌보면, 참 고마운 배려였다. 김세연 전)국회의원과는 그리 큰 인연도 없었으며 오다가다 몇번 본 사이였다. 그 분의 장점은 모든 이에게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샌님으로 보일 수 있으나 청년 세대들에게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난다. 그를 만난 건 스타벅스였는데 태플릿PC로 업무를 보고 있다가 내가 오니 커피를 사서 가져오며, "멀진 않으셨어요?" 했다. 참!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이 사람이 국회의원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일은 또 기차게 했다. 청년정책센터 업무를 구글시트로 보고를 했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것이 늦거나, 다소 허무맹랑한 보고를 할 경우에는 냉철하고 예리한 피드백이 온다. 사람이 좋아보여도 실력과 판단능력은 발군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튼, 1년여간 멀리했던 여의도로 다시 돌아왔다. 그렇지만 정치낭인이 되지 않기 위해 생존방법을 고민했고 그러면서도 조금이나마 부채의식을 내려놓기 위해 2019년 중순 여의도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다가올 4.15 총선에서 내 삶의 큰 변화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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