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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10. 2021

엄마... 그리고 암(cancer)

선거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후보

예순일곱번째 에피소드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선거사무장의 역할을 말했다. 예비후보가 등록 이후에는 선거캠프는 그야말로 정신없다. 임대 사무실, 비품, 현수막 등 발주를 넣고 새벽7시부터 시작되어서 밤 11시 되어서야 하루가 종료된다. 선거캠프는 온전히 않다. 이해관계로 붙었다가 떨어져나가는 사람, 그리고 무시하는 사람, 견제하는 사람들로 말도 안되는 소문을 막고 우리가 해온 업적들을 홍보하고 빅마우스(big mouse)들을 포섭해나가야 한다. 그야말로 현실판 스타크래프트 전략, 전술이 집약적으로 난무하는 시즌이다. 그러다 내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버지였다. "저.. 진짜 바쁜데요." 라는 내 대답에 "사무실 앞인데 잠깐 내려올래?"라는 차분한 목소리였다. 사무실 앞으로 가니 아버지의 차가 있다. 우선 타라고 한다. 그리고 내게 조심스레 말한다. "엄마가 암이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순간 멍했다. 음... 솔직히 어찌 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본 상황이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에게 되물었다. "제가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죠?"


선거캠프로 돌아와 우선은 ... 후보에게 연락을 취했다.

후보가 마침 사무실에 있어 칸막이가 쳐진 곳으로 이동해서 사정을 말씀드렸다. "빨리 가라. 선거보다 가족이 훨씬 더 중요하다." 뭔가 안심이 되었다. 나는 "지금 일이 밀려있는데요?" 라는 바보같은 대답을 했다. 내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다. 그 일 누군가는 한다." 라고 후보가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갈 수 있었다.


해운대 백병원까지 가는 지하철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의외로 무덤덤했다.

병원에 가서 병실 문을 열었을 때, 엄마가 누워있었고 여느 아들같이 멋없게 “저녁 먹었어요?”라고 물었다. 아버지랑 엄마 옆에 앉아 있으면서 괜찮다고 별 것 아니라고 계속 말했다. 한국의학 수준에 대해 자화자찬으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그 소리 하나에 내 무덤덤함이 깨진다. 또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지만, 밖으로 표출한다. “아니, 뭐가 미안하냐고. (주절주절). 아무튼 일을 쉬게 되었으니 동네 마실 나가서 이제부터는 그냥 노세요. 돈 걱정하지 말고”


한 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일하려고 돌아가려는데, 엄마가 “이 곳만 제발 아팠으면 좋겠다. 제발. 제발.”라고 했다.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은 와장창 무너진다. 나도 검사결과가 그랬으면 좋겠다. 병원으로 가는 발걸음에서 느꼈던 무덤덤함은 애써 태연함이었을 거다.


돌아오는 길은 왜 이리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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