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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20. 2021

공천이 곧 당선은 아니다

선거기간 중 후보에게 가장 혼난 일

예순아홉번째 에피소드다.


예비후보 기간은 고통스럽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찾아주지 않는다. 말이 예비후보지, 그냥 민간인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정당에서 공천받을 받는 순간부터 대우가 달라진다. 공천받은 시기에는 모두가 예민하다. 캠프가 하루에도 누군가의 한마디, 누군가의 소식에 들썩! 들썩! 거린다. 정치가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운도 따라주어야 하고 실력도 받쳐주어야 하며 주민들에게 대중성도 있어야 한다.


공천을 하기 위해 보통 활용하는 방법은 예비후보들 간 여론조사를 통해서 정량적인 평가, 그리고 지역주민 또는 새로운 권력이 떠오르기 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현재(또는 과거) 권력들에게 예비후보자들의 평판을 물어보는 정성적인 평가의 혼합을 통해 선별하는 방법이다. 둘 간의 비율도 정당에서 정하며 이를 관장하는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 초미의 관심사다. 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운다.


이 시기 캠프는 초긴장 상태다. 출처를 모르는 소문에 긴장하며 그 출처를 찾기 위해 모두가 뛴다. "누군가가 이미 공천확정이 났다고 하더라." 또는 "(나쁜) 소문들이 공천관리위원회에 들어갔다고 하더라." 등등 출처도 모르는 소문들이 지역구에 맴돈다. 중앙과 지역을 모두 잡기에는 쉽지 않기에, 중앙에 집중해야할지 지역에 집중해야할지 선거캠프 핵심참모들이 모여 후보자와 승부처에는 전략을 결정짓고 행동해야 한다. 일종의 실력과 운이 혼합되어 한달여간의 공천심사 기간 동안 모든 것이 결정난다. 이대로 문 닫을 것인가? 아님, 공천을 통해 본선으로 직행하는 티켓을 얻을 것인가? 우리 캠프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 티켓을 얻게 되었다.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천확정이 나는 날! 뭔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정 사상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지역구에서 단수 공천으로 얻은 우리 캠프는 이제 쉬어도 된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선거는 이미 공천과 함께 끝이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선거기간 중 후보에게 가장 혼났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이럴꺼면 다 그만둬." 뭔가 마음이 해이진 탓이다. 그 동안 마음 졸이며 긴장한 대가로 하루는 해이해질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완전한 변명이다. 본 선거운동 기간은 시작하지도 않았고 상대편 거대정당에서도 후보를 확정짓고 우리의 약점을 찾고 틈새공약을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었다. 어찌보면, 그 전날 지역주민들이 "공천 받으면 이긴 선거지. 선거운동 안해도 이기겠다."라고 하는 출처와 근거도 없는 것을 너무 맹신한 탓이다.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은 언제든 깨질 수 있으며 그것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구태 정치로 가는 길인데 스스로 너무 해이해졌었다. 혼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서 받아든 성적표가 내 실력이다.


그날 너무 혼났지만, 그래서 각성했다.


이제 13일 간의 본 선거운동 기간의 닻이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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