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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20. 2021

죽어야 사는 13일 간의 서막

이제는 오로지 승리만 남은 선거운동의 시작

일흔번째 에피소드다.


공천 확정 후 본선행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이제 마지막 점검을 한다. 우선 지역구 지도를 펴놓고 주민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노출되는지 최종점검한다. 사무실은 곧 광고판이다. 후보자 선거캠프, 정당선거사무소, 그리고 후원회 사무실을 둘 수 있으며 3개의 사무소를 적절하게 지역에 배치해서 외벽 현수막으로 우리를 노출한다. 그리고 13일 간 지역구 모두를 돌면서 주민들에게 인사할 수 있게 일정을 점검한다. 이제는 후보자 혼자만이 아니다. 유세차,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동일 시간대에서 교차해서 주민들에게 성심성의껏 인사하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배치한다. 여기서 내 역할은 선거사무장에서 캠프상황실장으로 변한다.


선거운동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부침이 있었다. 지역주민들을 위주로 선발해야한다는 그룹, 그리고 청년 위주 팀으로 구성해야한다는 그룹, 제각기 다르다. 내가 실제로 33명의 운동원들을 선발하고 운영해본 바... 두 그룹은 모두 장,단이 확실하다. 지역주민들은 애착심이 상당히 강하다. 이분들에게는 선거운동이 곧 엄청난 책임감으로 다가오며 애향심으로까지 번져서 선거운동이 곧 삶이 된다. 그에 비해 청년들은 덜하다. 공사 구분이 확실하며 운동할 때와 운동하지 않을 때의 차이가 심하다. 다만, 청년들은 그 자체로 선거캠프의 분위기 그리고 우리가 표방하고자 하는 컨셉이 나타내며, SNS에 강해서 쉬는 시간에도 자발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 등으로 자신의 선거운동모습, 운동복을 사진 찍어 올려서 후보자, 그리고 캠프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유세차는 반드시 지역주민으로 선발해야한다. 소위 동일한 운동원이지만, 유세팀장이라는 명칭과 권한을 부여하여 그 권위를 높여주어야 한다. 유세차는 골목 구석구석 돌면서 선거운동원들이 직접 찾아가기 힘든 산동네에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왜? 반드시 지역주민이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새벽6시반부터 밤10시까지 13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유세차가 운행되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초인적인 체력과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은 우리 편이라는 동지 의식으로 해야만 가능하다. 근로자 느낌으로 다가갈 경우 유세차 운행은 반드시 실패한다. 서로 얼굴 붉히고 웃고 울기도 하는 동지그룹이어야 한다. 나 역시 그 당시 유세팀장을 했던 지역 청년회 회장출신 형님과 지금도 막역하게 지내고 있다. 동지가 되어야 한다.


죽어야 사는 13일 간의 서막이 오르기 전날 두려웠다.

무엇이 가장 두려웠냐면.. 우습게도 혹시나 늦잠을 잘까봐였다. 선거상황실장이자 선거사무장이었던 내가 늦잠을 잔다면 후보, 선거운동원, 지지자들은 모두 코디네이터 역할을 잠시 잃을 것이라고 첫날을 완전히 망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은 집에 가지 않고 캠프에서 난로를 틀어놓고 의자를 몇개 붙여서 몸을 뉘었다.


졸다 깨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5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완전히 깼다. 아침7시가 선거운동의 시작이었다. 나는 새벽5시50분부터 1일차 선거운동 장소에 가 있었다. 6시30분즈음이 되자 유세팀장님이 유세차의 시동을 켜고 스피커를 틀기 위해 준비했고 6시40분즈음이 되자 하나 둘 선거운동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7시에 후보자, 선거운동원, 유세차까지 모두 한데 모여서 "우리의 화이팅!" 구호를 시작했다.

"죽어야 사는 13일 간의 서막이 정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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