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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25. 2021

선거운동 중 기억남는 에피소드

과장을 과하게 보태서 두번 사람을 살리다

일흔한번째 에피소드다.


13일 간의 선거운동의 서막이 오르고 하루 하루가 중요하다. 하루라도 스케줄이 펑크가 난다면 그날 하루의 점검회의에서 완전 깨진다. 너무 힘을 주어서도 안되며 너무 힘을 빼서도 안된다. 그래서 선거캠프를 움직이는 컨트롤타워들이 왜 계속적으로 선거철마다 기용되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은 내 역할이자 현실이었을 뿐이다.


선거운동은 지지자들의 끔찍한 민원의 기간이다. 역설적이지만 지지자들은 선거운동의 철저한 감시자이며, 한치의 허술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전화가, 문자가, 카톡이 미어터지고 온다. "여기 선거운동원들이 옷을 풀어헤치고 걸어다니고 있어. 똑바로 교육시켜." "현수막 일부가 찢어졌어요. 빨리 고쳐주세요." "유세차가 XX동은 전혀 오지를 않고 있어요. 동네 어르신들이 선거운동 열심히 안한다고 난리에요." 너무나 고마운 걱정이지만 사실 그 기간 동안에는 로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진다. 선거운동 기간의 솔직한 심정이다.


밤이 되면 선거운동원들은 지친다. 그러면 선거캠프 사무직들이 전원 투입된다. 낮에는 선거캠프에서 사무업무를 보며 전략수립, 일정확인, 회계행정 등을 수행하다가 밤이 되면 판넬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나간다. 선거운동원으로의 변신이다. 그리고 우리의 선거운동 종료시간은 밤 11시였다. 새벽6시30분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마치고 점검회의를 끝나면 자정즈음 된다. 13일 간은 정말 죽도록 힘들다. 다시 하고싶지 않을 정도다.


이 기간에 두번 사람을 살린 적이 있다.

물론 과장을 과하게 보태서이다. 한 번은 저녁시간에 판넬을 들고 나가서 거닐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셨던 할아버님이다. 나와 멀찍이 떨어져있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왜냐하면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나와 거리가 좁혀지면서 더욱더 이상해졌다. 그러고 내 앞에서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셨다. "어??" 순간 몸이 얼었다. 우선 판넬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괜찮으시냐고 여쭸다. 내가 가장 먼저 했던 건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게 지켜보는 것이었다. 혹시나 "혀"가 말려들어갈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손을 넣어 잡아빼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119를 눌렀다. 그때!! 지역구를 열심히 돌아다닌 효과가 나타났다. "어디냐는" 구급대원의 전화에 정확히 건물 위치를 말할 수 있었다. 지역구에서 주요 건물위치 암기는 기본이다. 그 빛이 발휘한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119 구급차가 빨리 와서 인계를 하고 다시 판넬을 메고 선거운동을 하러갔다. 다행이었다.


다음은 야간에 다소 우범지대로 분류되는 곳으로 판넬을 들고 선거운동을 갔을 때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가는 길에 내 옆으로 차가 한대 지나갔다. 또 내 반대편에서 한 분이 우산을 들고 건너오고 있었다. 분명히... 두 주체 중 하나는 멈춰야 부딪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차, 그리고 사람 모두 멈출 생각이 없었다. "펑~" 내가 우려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사람이 저 멀리 날아가 쓰러졌다. 너무 놀라서 판넬을 내팽개치고 달려갔다. 한 손에는 이미 119를 누르고 있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전화로 정확한 건물 위치를 말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다행히 의식이 있었고 발빠르게 조치해서 큰 사고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나는 또 다시 판넬을 메고 선거운동을 하러 갔다. 너무 당황해서 몸은 얼었고 119를 누르고 기다리는게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기다리는게 최선인 상황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싶어졌다.

선거운동은 막바지로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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