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27. 2021

선거승리 이후 처음으로 한 말

"이제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죠?"

일흔두번째 에피소드다.


13일 간의 축제를 가장한 끔찍한... 혹사가 마무리되었다. 선거운동 마지막날에는 밤11시까지 판넬을 들고 다니다가 남은 한 시간까지 아까워서 문 열린 가게를 들어가 마지막 지지호소를 부탁했다. 후보와 함께 선거사무실로 들어와서 더이상 입기도 싫고 땀냄새로 쩔은 선거운동복을 벗어 멀찍이 내팽개쳐버렸다. 4월 15일 투표날에는 놀았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었다. 아침부터 투표를 하고 와 선거캠프에 대기해서 투표독려 전화를 돌리며 실시간 투표율을 확인하며 투표당일 할 수 있는 투표독려 활동에 최대한 집중하였다. 투표율이 낮으면 후보의 지지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현듯한 불안감으로 인해 모두가 신경이 곤두 서있었다. 선거운동 기간보다 오히려 투표일에 훨씬 더 예민해져있었다. 오늘 결국 당선 여부가 결정나니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투표시간이 지났다. 정말 모두가 끝난 것 같았다.

이제 개표방송이 시작되었다. 총선이 경우, 각 지역구 국회의원이 253명이나 되기에 개표방송에서 우리 지역구 결과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개표참관인'이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개표참관인'을 정당별로 추천하여 현장 분위기 그리고 취합되고 있는 투표현장의 상황을 확인한다. 전국적인 개표방송에서 야당은 대패했다. 여당의 절대적 우위로 모두가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있으므로 부산, 그리고 우리 지역구까지 여당 지지세가 반영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다. 개표초반에 상대편이 우위를 보였다. 개표된 표 자체가 그리 많지 않으니 개표방송에서 나오는 지지율은 약 8% 뒤지는 것으로 계속 방송되었다. 모두가 바짝 긴장했다. 후보는 관례적으로 숙소에 대기하면서 개표상황을 보고받고 그 다음 행동을 정할 준비를 한다. 두 가지 메세지가 준비되어 있다. 당선 소감 또는 승복 연설.. 극단적이다.


개표방송 두 시간을 지나고 역전되었다. 선거캠프가 들썩였고 종합상황실장인 나는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개표참관인'이 실시간 전달해오는 개표내용은 절대적 우위였다. 우리 지지표가 쏟아졌다. 각 동별로 나오는 추이를 바라볼 때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당선유력'으로 변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후보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오셔야 합니다."


후보가 도착할 즈음 '당선확실'로 바뀌었다. 들어오자마자 수많이 모인 지지자가 환호했다. 후보는 우리가 준비한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11% 라는 상당히 유의미한 차이가 승리하였다. 모든 동별에서 우리는 승리했다. 이제는 후보가 아닌 '당선인'으로 신분이 변했다. 당선인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데 모두 여념이 없었다.


밤 11시가 되어서 얼추 자리가 정리되었다. 그리고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제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죠?"


어찌 생각해보면 나는 4월15일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직 당일만을 위해서 수개월을 달려왔고 심지어 처음이어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누군가가 "당선인사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아... 그렇군" 얼른 유세차 운전을 해주시는 유세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밤 늦게 죄송합니다.. 내일 유세차 필요합니다." 약 일주일 정도 더 유세차로 지역구 구석구석을 돌면서 '당선인사'를 드렸다. 이때 당선인사는 참 즐거웠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을 더 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작가의 이전글 선거운동 중 기억남는 에피소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