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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03. 2021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

사회적기업 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다

아흔세번째 에피소드이다.


앞으로 크게는 두가지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 이스포츠, 그리고 고독사다. 두가지는 연관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내겐 모두 관심사다. 내가 고독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내 스스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서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공익활동가로서 처음 발을 내딛으며 정말 외로웠다. 부모, 교수, 친구, 지인 등 모두 내게 응원을 말보다는 걱정과 비판, 더 나아가 냉소까지 이어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금방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어두컴컴한 자취방으로 돌아왔을 때 멍하니 있다가 '그냥 죽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이내 그럴 용기가 없음을, 그리고 독하디 독한 내 성격을 알기에 이를 악 물었다.


학교 다닐 때 '현대사회와 윤리'라는 수업을 듣고 토론을 했다. 안락사에 관한 논쟁이 있었는데 나는 찬성론을 제시했고 원피스 초파 편에서 괴짜의사인 히루루크가 언급한 명대사 "사람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를 띄우며 "결국 사람은 언제 병에 걸리는가?"를 제시했다. 내가 내세운 안락사의 당위성은 불치병은 몸 속에 자리잡은 순간이 아니라 그 병을 의사로부터 전달받아 인지하고 거울에 비친 약해진 내 얼굴을 발견한 순간부터다. 그러므로 병을 인지한 순간부터 생사 결정권은 본인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그때 반대론을 펼친 상대팀과 엄청난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사람의 죽음은 심오하고 중대하다.


사회적기업 분야에서는 나름 실력으로 날렸던 내게, 아버지의 제자들이 도움을 청해왔다. 고독사 등이 발생하고 사후처리과정인 특수청소, 유품정리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자 하였고 비즈니스모델과 협동조합 운영방식을 도와줬다. 그 회사는 설립 후 상당히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꼼꼼하고 진정성있는 이사장님, 그리고 의기투합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잘 일구어 매출과 인지도를 동시에 수직상승시켰다. 내게 다시 연락온 건 '고독사예방 연구센터' 설립에 관한 건이었다. 고독사 특수청소, 그리고 유품정리 등으로 많은 사회 이슈를 던지고 있으나 그에 따른 연구, 포럼 발제 등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회적경제를 전공한 내가 그 부분을 맡아주었으면 한다는 제안이었다. 사회적기업 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독립적인 권한과 예산을 분배해줄테니 그에 따른 연구원 구성과 연구실적으로 실질적인 고민해달라는 부탁을 고민하다가 수락했다.


사실 나는 샌님이다.

은근히 모르는 분야가 많고 경험해보지 않은 것도 많다. 이론적으론 잘 알지만, 현장감각이 다소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 고독사만큼은 현장에 많이 나가보려고 한다. 쓸쓸한 무연고 고령자의 죽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청년고독사는 내가 앞으로 마주할 현실이며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할 주요 사회문제이다.


아직, 연구센터 이름을 정하진 못했다. 하지만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초창기에 해당 사회적기업이 브랜드 네이밍을 지을 때 내가 직접 자문을 해줬다. 그때 <향(香)기내는 벗님들>이라고 중의적인 표현을 제시했다. 향(香)이라는 죽음을 암시하는 표현과 '향기'를 낸다는 특수청소를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같은 벗이 되고자 '벗님들'이라는 표현을 함축시켰는데 이 이름을 살려볼까 고민 중이다.


이제 슬슬 다시 몸이 바빠진다. 나 역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붓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다가 후회없이 떠나는 것이 인생 목표다. 할 일이 아직 너무도 많다. 앞으로 잠을 줄여야 한다.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스타트업CEO,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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