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노년기 건강의 위협, 미세먼지, 최명진, 마인드저널, 2020. 2. 18.
미세먼지는 과거보다 더 심해졌을까?
2023년 5월 11일. 코로나19가 세상에 나온 2020년으로부터 3년 4개월 만에 '엔데믹'(endemic·일상적 유행)이 선언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딜 가나 들고 외출했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는데요.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은 많이 사라졌지만 다시 한번 마스크를 꺼내야 하나 고민하게 하는 불청객이 있어요. 바로 미세먼지.
출처 : 환경부 에어코리아 미세먼지는 먼지 중에서도 매우 작은 먼지로 황사와 꽃가루를 포함하는 의미인데요.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1/5 ~ 1/7크기를 ‘미세먼지’라고 하며, 이것보다 더 작아 머리카락의 크기보다 1/20 ~ 1/30 의 수준인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로 부르고 있어요.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처음 관측된 시기는 1984년이었어요. 이때 연평균 *총먼지는 1984년에 **210㎍/㎥, 1985년에 216㎍/㎥까지 기록을 하다가, 1988년에는 179㎍/㎥, 1994년 78㎍/㎥을 기록했어요. 그리고 미세먼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22년의 연평균 초미세먼지는 28㎍/㎥을 기록하며 가장 낮은 관측치를 보여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91%는 여전히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각하고 대기환경이 나아지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어요.(출처) 이 불안심리는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요?
*‘총먼지’(TSP, Total Supended Particles)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포괄한 개념이에요.
**㎍/㎥ : 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
새로운 위험에 눈뜨게 하는 ‘모더니티의 역설’
미세먼지의 사례를 보더라도 과거보다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대 사회에서 더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역설적으로 과학지식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급격히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어요. 우리가 모르는 원인들로 인하여 많은 위험들이 양산되는 시대라고 느끼기 때문인데요. 과거엔 위험이 자연으로부터 발생한 것이었어요. 지진, 폭우, 화산폭발 등이 위험의 대상이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산업혁명이 발생하고 산업화로 이행하면서, 인간이 발명한 과학기술이 하나둘씩 우리를 헤치기 시작한 것이었죠.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2015)의 “‘풍요사회’를 향한 출발은 근대화는 ‘위험사회’에 불시착했다.”라는 말은 이 역설을 그대로 보여줘요. 그리고 나아가, 이 불시착의 원인을 근대 정치체계와 기술-과학 중심 전문가체계로부터 발생했다고 지적해요. 즉, 위험은 실패의 부산물이 아니라 성공의 의도치 않았던 결과라는 주장이에요. 시간의 지남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그리고 세계화의 추세가 모두 맞물리면서, 모더니티(=근대화, Modernity)의 기본 원리들이 갈수록 급진화되는 양상을 보였어요. 이 급진화는 자기 파괴적 성향을 띠며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되돌아왔죠.
현대사회의 위험이 갖는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김미숙 , 김상욱 , 신승배, 2019)
1. 과학 기술의 과도한 도구적 활용의 결과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으며 인간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2. 위험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책임주체가 불분명하다.
3. 현대사회의 위험은 통제 불가능하며, 전문가들에 의해 위험의 크기가 과장 또는 축소될 수 있다.
4. 현대사회의 위험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물리적 한계에 제약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발생가능하며,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발생한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5. 위험을 생산하거나 위험을 통해 이익을 본 사람들도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6. 현대사회의 위험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예 : 보험시장)
7.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지식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식이 그 존재를 규정한다.
(예 : 과거에는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못한 미세먼지가 새로운 위험이 된 점)
원전 폭발 사고를 적용해 보면, 사고는 단일 요인보다는 지진, 쓰나미, 설계 결함 등의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요. 사고의 결과는 방사능 오염, 경제적 손실, 인명 피해 등 영역의 구분 없이 전 영역에 피해를 끼쳐요.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험은 원전 사고/방사능 오염, 전염병, 사고(교통, 화재 등), 각종 범죄, 기후 위기, 환경오염, 산업재해, 자연재해, 실업·고용·빈곤, 노후불안, 사생활침해, 인간성 파괴, 전쟁 등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다양해요. 이를 크게 7가지의 틀로 나누고 유형에 맞게 세부 사례를 분류하면 아래와 같아요. (김미숙 , 김상욱 , 신승배, 2019)
1. 자연재해 : 급격한 기후변동, 지진 및 쓰나미, 황사 및 가뭄 등
2. 건강 관련 위험 : 전염병, 먹거리 위험, 정신건강 위해요소(우울증 등), 성인병(암, 고혈압, 치매 등) 등
3. 생애주기 관련 위험 : 노후 불안, 가족해체, 저출산 문제, 고령화로 인한 문제 등
4. 사회생활 관련 위험 : 사생활 침해(CCTV 등), 인적재난 및 산업재해(교통사고, 화학물질유출) 등
5. 경제생활 관련 위험 : 실업 및 빈곤, 주택 및 전세가격 불안, 금융 불안(부채, 주가폭락, 환율 폭등 등),
경기침체 및 저성장
6. 정치 대외관계 관련 위험 : 국가에 의한 개인의 인권 및 자유침해, 국지전 및 전면전 등
7. 환경 관련 위험 : 원전사고, 환경오염, 자원 부족 및 고갈 등
과학기술에 대한 오만과 편견
출처 : GHPHY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이 신적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했는데요. 모든 게 가능해지는 시대가 되어가는 만큼 우리는 불멸에 가까워지고 창조를 해냄으로써 더욱더 전지전능해질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오만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자기 파괴적인 위험 속으로 끌고 가고 있어요. 한편, 과학기술로 인한 위험만 바라보며 편견에만 갇혀있을 이유는 없어요. 과학기술은 사회문제/국가난제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선물하기도 때문이죠. (▼참고)
이 글과 아래 글에 걸쳐서 다루고 있듯이, 앞으로 이 매거진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라는 주제의식 과학기술이 주는 위험과 효용을 분석하고 기술할 예정이에요.
참고
[기사] 한국, 코로나19 ‘엔데믹’ 선언…무엇이 달라지나?, BBC 코리아, 2023. 5. 11.
[칼럼] 강양구, 미세먼지, 거짓과 진실, KDI 경제정보센터, 2023년 4월호
[논설/기사] 노년기 건강의 위협, 미세먼지, 최명진, 마인드저널, 2020. 2. 18.
[논설/기사] 정말 80년대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안 좋았나, 송영훈, NEWSTOF, 2019. 1. 18.
[논문] 김미숙 , 김상욱 , 신승배(201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10권, 49-64(16pages)
[영상] Video analysis prompts new theory on Fukushima explo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