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던가
고등학생 시절, 휘몰아치듯 밀려오는 감정에 온 마음 다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처음부터 우리는 사랑에 빠질 운명이었다는 것 마냥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감정에, 난 내 모든 걸 걸고 사랑했더란다. 그게 그 사람 하나 얻을 수만 있다면 모든 걸 걸겠다는 간절함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실제로 내 모든 걸 걸게 될 인연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 ‘모든 것’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무거웠기에, 나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를 놓았다. 그도, 그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도, 결국 모든 것을 잃게한 만남이었기에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까. 우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린 더 행복했을까.
그를 만나기 전에도 학교폭력이니 성폭력이니 생채기 가득한 인생길을 걸어왔으니 행복했으리라는 기대는 없다. 다만,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부질없는 희망을 발견하지도 않았을 테지. 그 역시 이토록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으리라. 결국 우리의 만남은 잠깐 빛날 비눗방울과 같은 허망함만이 남았다. 깊이 사랑한 만큼 고통 역시 깊은 법이었으니 나는 십여 년간 그를 놓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이런 나를 더러 살며 진정한 사랑 한 번쯤 해본 것이라 말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 가지라도 얻었으니 나는 웃어야 할까. 깊은 사랑만큼 깊었던 추락으로 두 번 다시 누군가를 이런 마음으로 좋아해본 일이 없다면, 나는 과연 그 진정한 사랑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얻은 건 경험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뒤늦게 다시 대학교에 들어와 삼삼오오 사랑을 하고, 이별하며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보자니 감정이 바스러져 버린 듯한 내가 자꾸만 비교된다. 울고 웃으며 마음을 다하고 다쳐도 가며 사랑을 하는 모습이 부럽다. 나는 다시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 감정회로는 어디서부터 망가져 버린 걸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자신이 없어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사랑받는 일에 적응해야 할까 싶다가도. 오늘 밤은 버석한 모래 같은 마음이 공허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부서지고 흩어지는 내 감정을 어떻게 모아야할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