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성경, 그리움을 잇는 시간

사연 1

by 하프타임 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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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서울까지, 그 먼 길을 달려온 것은 단순히 낡은 책 한 권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작업대 위에 놓인 성경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나는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아드님이 건네준 어머니의 유품. 헤진 표지와 바스러질 듯 얇아진 종이 위로 누군가의 간절했던 기도가 켜켜이 쌓여 있다.


부모님의 유품을 마주할 때면 유독 손끝이 조심스러워진다. 창원에서 이곳 서울까지, 이 작은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오셨을 아드님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기성품처럼 매끈하게 새로 태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 속에 깃든 "어머니의 흔적"을 다치지 않게 보존하는 일이다. 낡은 표지를 조심스레 걷어내고, 해진 책등을 보강하는 과정은 아들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어머니가 매일 아침 펼쳐보았을 그 마음의 풍경을 다시 정돈하는 예식이다.


내가 고르는 이 가죽이, 내가 당기는 이 실 한 가닥이 어머니의 온기를 대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한다. 새로운 옷을 입은 성경이 다시 아드님의 손에 들려 내려가는 날, 그 책장 사이사이에 숨어 있던 그리움들이 조금은 더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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