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5
표지가 닳고 헤져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임시로 덧댄 원단이 남아 있었다. 서툴지만 오래 머문 손길이었다. 그 흔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차마 이 책을 놓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음과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던 딸의 애틋함이 함께 전해져 오는 듯했다. 이번 리폼은 따님이 어머니를 위해 의뢰하신 작업이었다.
본래는 지퍼가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따님과 오랜 상의 끝에 지퍼가 없는 오픈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 번이라도 더 수월하게 책장을 넘기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예전 같지 않은 손끝의 감각까지 헤아린 선택이 아니었을까?
가죽은 부드러운 촉감과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표정이 아름다운 미네르바 복스 올모를 골랐다. 어머니의 세월이 이 가죽 위에 천천히 덧입혀질 때, 이 성경은 비로소 세상에 하나뿐인 온기를 갖게 될 것이다.
새 꽃천과 가름끈이 제자리를 찾고, 단단하게 보강한 책등은 이제 더 이상 임시로 덧댄 원단 뒤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된다. 정성껏 마무리한 이 책이 어머니의 머리맡에서 오래도록 조용하고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