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7
직접 공방을 찾아오신 의뢰인은 갓 산 새 성경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가죽 더미 사이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리가 고른 방향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바느질조차 드러나지 않게, 통가죽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들자는 것.
때로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을 때 물건의 본래 모습이 더 또렷해진다. 이번 작업이 그랬다. 무언가를 보태기보다 덜어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의뢰인이 선택한 가죽은 부테로였다. 밀도가 높고 단단한 가죽이라 처음에는 결이 선명하고 또렷하다.대신 시간이 지나면 손에 익고, 손때를 머금고, 조금씩 쓰는 사람의 시간을 닮아간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좋은 가죽은 오래 쓸수록 더 많은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스티치 하나 없는 표면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장식이 없으니 가죽의 결이 먼저 보이고, 선이 단순할수록 마감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숨길 곳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작업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뜻이다. 단면 하나, 모서리 하나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번 작업 내내 긴장을 늦추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단단한 가죽이 조금씩 길들여질 시간을 생각해, 가느다란 가죽끈 하나를 더했다. 처음에는 성경을 가볍게 감아두는 역할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자연스럽게 이 책의 일부가 될 것이다. 처음의 단단함이 손 안에서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과정까지도, 이 성경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디자인인데도 조금도 비어 보이지 않았다. 본래의 결이 또렷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성경은 장식보다 태도가 더 오래 남는 작업으로 기억된다. 오래 읽히는 책일수록, 그렇게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