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6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성경책을 보면, 늘 잠시 눈길이 머문다.
이토록 작은 책 안에 사람을 오래 붙드는 문장들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가볍게 들리지만, 어떤 책은 그 크기보다 훨씬 큰 시간을 품고 있다.
이번 의뢰인은 성경이 더 낡기 전에 미리 리폼하고 싶다고 했다.
더 헤어진 뒤에 손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온전할 때 새 옷을 입혀주고 싶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책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이 작업은 낡은 것을 고치는 일이라기보다, 오래 곁에 둘 것을 미리 지키는 일처럼 느껴졌다.
기성 성경의 인조가죽 표지는 결국 닳아간다.
아무리 아껴 써도 모서리가 먼저 해지고, 손이 자주 닿는 자리는 점점 얇아진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작은 가루가 묻어난다.
늘 읽던 책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마음을 쓰이게 한다.
그래서 어떤 리폼은 수선보다 보호에 가깝다.
다 망가진 뒤에 붙잡는 일이 아니라, 아직 괜찮을 때 더 오래 머물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
이번 작은 성경은 유난히 그런 마음으로 기억에 남는다.
디자인은 자석 버튼형으로 정했다.
덮개를 닫으면 자석이 서로를 향해 짧게 끌려가듯 ‘착’ 하고 맞물린다.
그 소리는 크지 않지만 이상하게 단정하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작은 책이 이제는 조금 더 오래 의뢰인의 손 안에 머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새로 입힌 가죽은 표지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더 늦기 전에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 오래 곁에 두고 싶어 먼저 준비한 마음이 함께 들어갔다.
그래서 이 작은 성경은 앞으로도 한동안, 누군가의 손 안에서 조용히 열리고 닫히며 제 시간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