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과 함께 할 말씀을 위해

사연 2

by 하프타임 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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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묻곤 한다. 멀쩡한 새 책을 왜 굳이 뜯어내고 다시 만드느냐고. 하지만 내게 있어 새 성경을 리폼하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상태에서 "기약된 소멸"을 막아주는 예방책과 같다.


시중의 많은 양장 성경들은 가죽의 결을 흉내 낸 합성피혁으로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온다.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 예외 없이 부스러지고 허물어지게 된다. 손때가 묻고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흉하게 닳아버리는 그 재질을 볼 때면 못내 마음이 쓰이곤 한다. 이번 의뢰인은 그 '기한이 정해진 아름다움' 대신,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진심"을 택했다.


새로운 가죽 표지를 입히는 행위는 단순히 겉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이 성경을 읽는 이가 10년, 20년 뒤에도 겉표지가 부숴질 걱정 없이 오직 그 안의 말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튼튼함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화려한 첫모습보다 깊이 있는 끝모습을 선택한 그 마음이, 이 좋은 가죽처럼 의뢰인의 삶 속에서도 묵직하게 빛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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