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復元)은 아닐지라도, 보강(補强)이라는 진심으로

사연 3

by 하프타임 크래프트


나는 스스로를 '복원가'라 부르지 않는다. 낱장 하나하나를 특수 용액으로 씻어내고 한 달 넘는 시간을 들여 처음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의 세계는 내가 걷는 길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이 작업에는 복원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절실한 '이어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번에 마주한 성경은 표지가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테이프들만이 간신히 낱장들을 붙들고 있었다. 의뢰인은 비대해진 찬송가 부분은 떼어내고, 오직 성경만이 품고 있는 그 본연의 말씀만을 간직하고 싶어 하셨다. 갈라진 책등을 매만지며 나는 생각한다. 부서진 뼈대를 세우고 튼튼한 가죽으로 새 살을 입히는 이 과정이, 고단했던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과 닮아 있지는 않을까?


낡아서 제 기능을 잃은 가름끈과 꽃천을 새로 바꾸어 넣는다. 책의 위아래 끝단에 살짝 보이는 이 작은 부속 하나가 새로워질 때, 비로소 성경은 단정한 생기를 되찾는다. 나의 작업은 과거로 되돌리는 마법은 아니다. 다만, 낡은 믿음의 흔적들이 미래로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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