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 야전에서 캠프로
그러고 보니 난 군대에 있을 때에도 다친 적이 있었다.
8월 11일 좌측손가락 개방형 골절로 바로 다음 날 수술을 하였고 내가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언제쯤
회복이 되어 손가락을 다시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여쭤봤다.
통상 4주~6주 정도가 걸리는데 나의 지병인 당뇨로 인해 더 오래갈 수도 있다고 했다.
수술 후 2주 가까이 입원하고 실밥도 예정대로 풀었다.
지난주까지는 본깊스라는 보조기를 같이 착용했는데 이것을 착용할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당당히 노약자석을 이용해도 주변에서 아무런 눈초리도 주지 않아 신기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도 다친 손을 통해 버튼을 누르려하면 다른 분께서 대신해주시며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으셨다. (그렇다 난 지금 호사라면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다.
이것이 특별히 어디 부러지고 아픈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에 하다 축구를 열심히 하다 보니
잘 넘어지고 발목이 꺾이고 하다 보니 유난히 발목을 잘 접질린다.
내가 다닌 모교에 대한민국의 자랑 차범근 감독, 故 유상철 감독이 다닌 축구부가 유명하여
축구부심이 남달랐다. (그러나 사실은 난 야구를 더 좋아한다......)
PFC(Private First Class - 일병) 시절에 훈련장에서 야간 Stand down을 하려던 때 선임과 후임과
함께 필드로 움직이고 있을 때 경사 진곳에서 우측 발목이 꺾이며 나도 모르게 짧게 비명을 질렀나 보다.
나야 뭐 늘 일상 있는 일이라 가볍게 다시 일어나려 하는데 공교롭게도 그 모습을 뒤에서 부포대장이
보고 깜짝 놀라 다가오더니 자신이 지금 캠프로 복귀하니 나를 데리고 가서 부대병원에 진료받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대체 뭔 상황이지?
나는 괜찮다고 I'm Okay, realy fine it dosen't matter sir. 선임 눈치도 보며 말했지만
부포대장은 단호했다. 내가 목격했는데 네가 아주 깊게 넘어진 것 같고 비명도 들었다. 복귀해서 진료
X-ray라도 찍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내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총만 소지한 채 부포대장 험비를 같이 타고 복귀를 했다.
이미 해가 저물고 응급상황은 아니니 다음 날 아침에 병원에 보내주기로 했다. (대대에도 진료소가
있으나 큰 곳으로 보내려는 것이다.) 그렇게 나 혼자 배럭스에서 자고 샤워도 하고 험비를 타고
진료받으러 갔다.
발목 X-ray 찍고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는데 그래도 안전하게 하라고 목발을 처방해 주었다.
아니 이게 뭐라고 또 목발을? 그런데 이거라도 안 하면 멀쩡한데 계속 병원을 다니는 꾀병처럼
보일까 흔쾌히 받고 복귀하였다.
과연 부포대장이 인도적인 마음으로 부하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처럼 느껴서 호의를 베푼 것인지?
자기도 오랜 훈련 끝에 자그만 일탈을 공식적으로 누리기 위해 나를 데리고 간 것인지는 지금도
헷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남들보다 일찍 복귀하여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훈련이 끝나고 현장에 같이 있었던 선임이 나를 보더니 ' 넌 참 희한하게 훈련 빠진다. 그냥 살짝
발목 뒤틀린 것 같은데 액션보다 잠깐 억 하는 소리 때문에 부포대장이 걱정해서 데려가고, 나 참'
어이없는 표정과 미소로 말씀하시는데 나 또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래서 군대이든 사회이든 타이밍이 중요한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