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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Chief~~

EP.22 Section Chief

by happy daddy

#. 1 행정실 분대장 병장 존슨

넉살 좋은 분대장

나는 주특기가 행정병으로 71L로 포대 행정반에 배치되어 근무하는데 내가 있는 행정반에는

포대장 - 대위 (Captain)

부포대장 - 중위 (First Lieutenant)

포대상사 - 선임하사 (First Sergeant)

3명의 장교 및 간부가 있고 그다음에 우리 행정실 Chief인 병장 존슨이 있다.


미군에서 병장 짬밥이면 최소 5년 이상 근무해야 올라가는 직급이다. 한국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진급하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점이 모병제와 징병제의 차이인데 미군은 군대도 직장이기 때문에 프로모션이 급여 인상과 관련이 있어 생각보다 어렵다. 아래 표는 기본급(수당은 제외)인데 아마 수당이 붙이면 50% 이상 더 받아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여기서 E4상병은 SPC와 CPL의 차이가 있고 이것은 아래 계급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 분대장 존슨은 흑인이며 특유의 낙천성과 발음도 날리는 특유의 갬성이 있었다.

[사진은 존슨이 아님 - 업무 지시를 내리는 미군]

흔히들 유남생 (You know what I'm saying?)이라 들리는 발음도 들을 수 있고 언제나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존슨이 군대생활도 잘하고 여유도 있지만 유일한 약점이 컴퓨터를 잘하지 못했다.


문서작업에 약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불편한 옷을 입었는지 모르겠으나 미군도 짬이 차면 보직을 바꾸니

어쩔 수 없이 행정반으로 책임자에 온 것 같았다.




존슨은 백인, 흑인, 카투사 모두가 아우러져 있는 행정실에서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업무적으로는 백인 병사하고는 계급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 갈등도 함께 존재했다.

그는 행정업무에 밝지 않아 그 밑에 상병 (CPL)에게 모두 맡기긴 했는데 이 친구도 행정에 약해

본인의 지시가 틀려 그 부분을 수정해서 말해주면 그걸로 꼬투리 잡아 뒤끝이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 포대 행정실 구성]

존슨 - 병장 SGT (E-5) * 타 Section Chief은 보통 SSG (E-6) 이상이다.

혼빅 - 상병 CPL (E-4)

건 - 상병 SPC (E-4) * CPL과 같은 E-4 등급이나 CPL부터 (Non--Commissioned Officer) 부사관.

스티븐 - 일병 PFC (E-3)

나 - 일병 PFC (E-3)

[미육군의 사병계급]


그러나 그것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군인이자, 선배이자, 친구였다.

언제나 흥이 많아 PT를 할 때도, 업무를 볼 때도, 식사를 하러 갈 때도 특유의 흔들흔들하는 걸음과 말투로

나의 긴장을 풀어주곤 했고 나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쳐 달라기도 했었다.


#. 2 공은 공, 사는 사

존슨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행정실은 아침 점호 보다 최소 30분 전 일찍 출근해서 행정실을 열어놓고 그날 OFF나 병원에 갈 군인들에게

슬립지를 받거나 해야 할 일이 좀 있다.


처음에는 계급이 낮을 때는 그런 책임을 주어지지 않다가 내가 일병이 되고 나서 미군들과 함께 로테이션을

짜서 그날은 일찍 일어나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보통 아침 점호가 6시이면 5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만약 내가 당번이 되어 행정실을 열고 준비를 하려면 최소 5시 30분에는 도착해야 하고 그러면 늦어도 5시

20분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미군과 한국군의 큰 차이점이 또 무엇이 있냐 하면 미군은 기상나팔소리가 없다.

각자 알아서 깨어나서 알아서 점호 참석을 해야 한다. 한국군처럼 내무반에 있다가 기상나팔 듣고 선임 깨워

나가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배럭스는 2인 1실 기준이므로 나와 미군 1명이 같이 자는데 그 친구가 나를 깨울

의무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



전에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는 행정업무를 익히기 위해 밤늦게 까지 사무실에 있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 때가 많았다. 그래도 긴장이 되어 5시 30분에는 일어나서 점호는 참석을 했는데 당번은 그 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해서 그 시간을 놓친 적이 있어 늦게 행정실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사무실 앞에 많은 미군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문을 열자마자 병원에 가기 위해 슬립지를 받거나.

휴가서 제출하거나 하여튼 복잡했다. 그 사건이 벌어지고 존슨이 일과 시간 중 나를 불러 따끔히 혼을 냈다.


Hey, Mr. Kim (존슨은 기분이 나쁘면 Mr를 붙이고 좋으면 그냥 Kim이라 불렀다)

No more excuse, you know what I'm saying?

그 순간 부끄럽기도 했고, '엄근진' 존슨의 모습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잘못은 내게 있었다.

내가 전날 밤새우고 뭔 일을 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Duty에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따끔 한

충고이자 경고였다. (하긴 미군들은 밤새 술 먹고 놀아도 다음 날 멀쩡하게 업무 보긴 했으니 나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튼 그 사건 이후로 존슨에게 업무적으로 한 소리 먹고 나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른 미군이 그러는데 그런 경우는 AWOL로도 본다고 했다.

* AWOL (absent without leave) 무단이탈, 즉 탈영.


미국 사회가 그런 것 같다. 해고도 그냥 말 한마디로 You're fired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가 되니 말이다.

내가 잠깐 늦은 것 갖고 그것을 탈영이다니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의 사고방식과 우리의 사고방식은 천지차이다. 내가 책임을 지지 못했을 때 그것을 내가 스스로 묻게 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철저히 묻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사람 좋은 존슨도 그 책임에 대해 물은 거였고 다행히 경고로 끝났으니 나로서는 큰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닌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업무, 나의 Duty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고문관(?)이 되지 않게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Sgt Jonson, where are you doing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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