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떠진 눈. 기지개를 켜면 평소와 같이 시원한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연 순간 나는 기겁하고 말았다. 냉장고 상단에는 3주 전 입양한 크레스티드 게코인 코넛 사육통이 옆으로 처박아져 있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미친 속도로 사육통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사육통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코넛은 눈을 감은 채 온몸이 굳어있었다. 사후경직임이 분명했다.
천둥번개에 맞은 듯 놀란 나는 미친 듯이 와이프와 아이들을 깨웠다. 놀란 감정이 나를 완벽히 지배하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와이프와 아이들이 식탁으로 모여들었다.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예상치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도대체 누가 코넛 사육통을 냉장고에 집어넣었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가족들은 아연실색을 했다.
코넛 아빠인 둘째가 코넛의 사채를 보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 뚝 흘렸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이성을 되찾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넛을 사랑했던 우리 가족은 용의자가 될 수 없었다. 답답한 나머지 모든 방과 드레스룸 그리고 모든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혹시라도 침입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예상대로 개미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47년을 살면서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또다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 코넛의 죽음이 너무나 허무하고 황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넛의 사채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코넛의 다리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눈을 비비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로 코넛이 숨을 쉬며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부둥껴안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특히 둘째가 이건 부활이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내 몸은 닭살로 뒤덮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10분 사이에 우리 가족은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했다. 절망과 희망을 모두 경험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소중한 생명이 다시 살아남은 그 어떤 기쁨보다도 크게 다가왔다. 오늘의 사건(?)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선물로 줄 지 기대된다. 평생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오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