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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30. 2024

쓰고 보니 뻔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불현듯 영감이 찾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간만에 기분 좋게 글을 쓴다. 그런데 막상 완성된 글을 보면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머릿속에서 생각할 때는 분명 기똥찬 이야기였는데, 쓰고 보니 내용도, 표현도 특별한 점 없이 맹숭맹숭하다. 잠깐, 아직 좌절하기 이르다. "역시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어"라며 포기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자. 


아이디어에 비해 글이 재미없다면, 분명 언어화하는 과정에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이 말을 구체적으로 하면, 처음 구상한 내용에 비해 뭉툭한 언어를 쓴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머릿속에 머무를 때 감상은 오묘하고, 감정은 복합적이며, 생각은 날카롭다. 하지만 이것이 투박한 언어의 틀을 거치다 보니, 특별한 것 없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멋진 그림을 구상했는데, 도구가 낡아 쓸 게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경우 반드시 글에 손실이 생긴다. 잔인한 말이지만, 특별한 것 없이 맹숭맹숭한 글은 잊힌다. 기껏 떠오른 영감을 잘 풀어내지 못하면 그 영감은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퇴고'가 기본이다.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한 부분을 표시하고, 더 구체적이고 더 적확한 용어로 거듭 수정한다. 마치 조각가가 조각을 만지듯. 필요하면 서술어를 바꾸고, 형용사와 부사도 다시 검토한다. 이 과정은 인내심과 지구력을 요한다. 이전에 "익숙한 언어로 도피하지 말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 글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https://brunch.co.kr/@comeandplay/723).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글이 뻔해진다. 이건 스케치만 한, 미완의 미술 작품을 출품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완의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족하다. 이런 원리는 우리에게 나쁜 일이자, 좋은 일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글이 나아지지 않으므로 나쁘고, 노력하면 나아지기 때문에 좋다. 퇴고하며 표현을 수정할 것. 더 구체적이고 적확한 언어로 업그레이드할 것. 뻔한 글을 앞에 두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떠올려야 할 말이다. 그리고 퇴고하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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