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는 리뷰
<인사이드 아웃 2>는 2015년 개봉했던 1편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간의 고민과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듯, 영화는 한결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인다. '라일리' 내부에 더 많은 감정이 탄생했고, 더 복합적인 세계가 등장한다.
라일리의 안(감정들의 세계)에 힘을 주던 영화는, 이제 그녀의 바깥세상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오랜 친구, 처음 만나는 동료, 새로운 장소. 소녀 라일리를 둘러싼 환경이 역동적으로 변하며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즉, 소녀 라일리의 서사가 강화됐다. 그 과정에서 라일리가 맺는 다양한 관계는 그녀 내면에 파동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라일리 내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전편에 비해 더 강조된 스토리라인, 그리고 라일리 안팎의 상호작용을 다뤘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픽사만의 감성이 약화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디즈니, 지브리 등 여타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픽사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픽사가 '성숙한 이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장난감이 필요 없어진 아이를 위해 떠나거나('토이스토리' 시리즈), 익숙해진 공간을 벗어나 새 출발을 하거나(<월-E>), 평생의 추억을 마무리 짓고 모험을 시작한다(<업>). 성장을 위해서는 사랑해 마지않았던 한 시절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픽사가 소중히 간직해 온 정서의 핵심이다. 그래서 픽사 애니메이션은 달달하면서 쌉싸름하고, 눈물이 나되 마냥 슬프지 않다.
하지만 <코코>(2017) 무렵부터 픽사는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관련 글 https://brunch.co.kr/@comeandplay/54).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에 남겨진 것들과 아프게 이별하던 픽사는, 이 무렵부터 과거의 것들을 죄다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작별'의 과정이 사라졌기 때문에, 영화 전체의 정서도 달라졌다. 보다 발랄하고 씩씩해졌다. 성장통을 마주하고 감내하던 성숙한 픽사는 이제 조금씩 자취를 감추는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만 보아도, 1편과 2편의 설정은 동일하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정서는 다르다. 1편에서는 성장을 위한 작별이 있었고, 2편은 그렇지 않다. 혹은 작별이 있지만 존재감이 약하다.
인생에서 우리는 종종 피할 수 없는 이별과 마주한다. 어렸던 시절, 지나간 인연, 그때는 행복인 줄 몰랐던 시간들. 하지만 빛바랜 추억에 머물 수 없으므로, 떠나야만 하는 때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내해야 했던 아릿한 순간들. 픽사는 그 순간을 다시 스크린에 불러내어 토닥이고 안아주며, 관객과 함께 떠나보냈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는 픽사는 아이 보다 어른의 감성에 가깝다. 이미 인생의 이별을 경험한 어른에게 말이다.
그러므로 이전의 픽사를 사랑했던 내게 최근의 변화는 다소 씁쓸하다. 지금 픽사의 감성은 디즈니에 가까워진 것 같다. 언제나 안정된 해피엔딩을 안겨주는 디즈니도 좋지만, 그런 역할을 픽사에게 기대한 건 아니었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를 바라보는 장난감들. 사별한 부인과의 추억을 정리하는 할아버지. 이런 순간을 픽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나야말로 옛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어떤 정서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