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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r 29. 2018

<리틀 포레스트> 리뷰

영화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는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사계절)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판을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한국 버전에 비하여 정제되고 균일한 톤으로 연출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버전은 일상의 에피소드 대신 평화로운 삶의 정취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반면 임순례 감독의 작품은 일본판에 비하면 약간은 투박하며 종종 제멋대로 돌출된다. 사실 영화에서 요리하고 먹는 부분은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영상들을 이미 너무 많이 접하지 않았나.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종종 투박하게 돌출된 부분이다. 상사의 진상을 받아주는데 지쳐서 머리를 노래방 마이크로 내리친다거나(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허풍일까), 도시 여인의 하얀 피부에 주눅이 든다거나, 고모는 역시 이모가 아니라고 불평하는 부분들. 영화에는 입술을 삐죽 내미는 것 같이 적당히 못나고 모난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은숙 역을 맡은 배우 진기주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아직 서툴게 느껴진다. 그러나 임순례는 신인 연기자 특유의 서투르고 생기 발랄한 모습을 영화의 활기로 녹여낸다. 김태리와 류준열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문소리의 단단한 존재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임순례 특유의 어투. "~하기에 딱 알맞다" 같은 구수하고 예스러운 어투를 해사한 얼굴의 김태리가 발화할 때, 거기에는 어색한 듯 어울리는 묘한 조화가 있다. 영화는 이런 불균질함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가 수고로움을 묵묵히 감내하며 목가적인 풍경을 바라본다면, 한국판은 조용히 여운을 음미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입술을 내밀고 툴툴거린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풍경뿐 아니라 깔끄러운 돌출에서 삶의 활기를 찾아낸다.

<리틀 포레스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꽤 시간이 지난 요즘, 나는 한 번씩 나도 모르게 이 영화를 생각한다. 영화는 꼭 거기 등장했던 시골 강아지 '오구'같다. 눈으로 보았을 때 특별할 것 없는 시골 강아지의 따끈따끈한 배를 직접 손으로 만졌을 때, 몸에 남은 온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온기로 다가오며 주변을 맴도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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